이날 오후 미국 워싱턴에서 라가르드 총재와 양자면담을 한 박 장관은 "주요 20개국(G20)이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것처럼 이번 IMF 재원확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원국에 재원 확충을 요청한 라가르드 총재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의미다.
앞서 유로존은 IMF의 추가 재원 확충을 위해 2000억달러 규모의 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라가르드 IMF 총재가 대폭 낮춰 잡은 재원 확충 목표액(4000억달러)의 약 절반 수준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에는 일본이 600억달러 출연 계획을 밝혔고, 같은 날 노르딕 3개국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도 263억달러의 재원 출자 구상을 공식화했다.
각 국이 이해관계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이 한국도 치열한 눈치 작전을 벌이고 있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한·중·일 3국으로 그룹을 지어 재원 확충에 참여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발언권을 확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재원을 출연하는 데는 여러 제한 요인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또 다른 대안은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과 한 배를 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신흥국 그룹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 좋지만, 발언권 확대 효과는 덜하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재원 출연에 참여한다는 것 외에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입장이 없다"면서 "이 문제는 오는 6월 멕시코 정상회의에 가서야 결론이 날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와 함께 "유가 급등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고, 특히 원유수입국에 큰 위협이 된다"며 "국제 상품시장에 투기자금이 유입돼 유가가 오르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도 이에 공감하며 "유가 관련 파생상품 규제 등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는 19일 오후 IMF 본부에서 개막한다. 이번 회의의 최대 쟁점은 박 장관과 라가르드 총재의 양자면담 주제이기도 했던 IMF의 재원 확충 방안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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