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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쿠바, 더 이상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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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쿠바는 1950년대 후반 전쟁을 치를 뻔했던 만큼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 그런 두 나라가 야구 친선경기를 가진다고 한다. 오는 7월 쿠바 아바나에서 열릴 예정인 대학선수들의 친선경기다. 미국과 쿠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맞붙는 건 16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야구협회는 2013년 쿠바 대학 선발팀이 미국을 방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폴 세일러 미국야구협회 전무이사는 아바나에서 열릴 친선경기 개최 합의문에 서명하며 “1987년부터 1996년까지 개최된 연례 친선경기를 재개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두 나라는 모두 야구를 열정적으로 좋아한다.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의 아들 안토니오 카스트로가 국제야구연맹(IBAF) 부회장을 맡고 있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실력은 꽤 높은 편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을 포함해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열린 다섯 차례 올림픽 야구 종목에서 세 차례 우승과 두 차례 준우승을 거뒀다. 이밖에도 각종 세계대회에서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39차례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5번의 우승을 차지했는데 특히 1984년부터 2007년 대회까지 9회 연속 우승 행진을 걸었다. 1982년 서울 대회(우승 한국)에 출전해 연속 우승 기록을 이어나갔다면 1976년 대회부터 13회 연속 우승을 차지할 수도 있었다.
사실 쿠바는 한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스포츠라면 그 색깔은 조금 달라진다. 한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종목에서 쿠바를 두 번이나 물리쳤다. 예선리그에서 7-4로 이겼고 결승전을 3-2 승리로 장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외교 관계 이전에 쿠바는 지구 반대쪽에 있어 한국과 스포츠 교류가 많지 않았다. 1978년 4월 대한야구협회는 마누엘 곤살레스 게레라(쿠바) IBAF 회장이 이듬해 9월 쿠바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 4회 슈퍼월드컵에 한국을 초청할 것이라는 사실을 통보 받았다. 이를 전달한 이는 야마모토 에이치 당시 일본사회인야구연맹 회장이었다. 한국과 쿠바의 관계는 대회 출전 여부와 같은 간단한 사항을 전달하는데도 제 3자가 필요했던 셈이다. 여기에서는 일본의 돋보이는 스포츠 외교력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쿠바 쪽 사정을 한국에 알려줬다는 사실은 물론 뒷날 일본이 쿠바 야구 선수를 망명이 아닌 정식 절차를 밟아 영입한 일 등은 그 무렵 일본이 스포츠 분야에서 얼마나 오지랖 넓게 움직이고 있었는지를 알려준다.


당시 대한야구협회는 정부 당국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쿠바 입국 승인을 받았다. 관계자들은 스포츠 단체로는 처음으로 쿠바 땅을 밟는다는 기대 속에 1979년 2월 48명의 대표 후보를 선발해 동대문운동장에서 강화 훈련을 펼쳤다. 그러나 쿠바는 전 대회 우승국인 한국을 초청하지 않았다. 북한과 수교하고 반미 공동 전선을 이루고 있던 쿠바가 반공 국가인 한국을 초청하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때마침 국내 스포츠계는 그해 4월 평양에서 열리는 제35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한국이 참가하는 문제로 시끌벅적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아바나도 평양 땅도 밟지 못했다.
지리적으로나 정치 외교적으로 먼 나라였지만 쿠바는 국내 스포츠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쿠바는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복싱 12개 체급 가운데 펠릭스 사본이 헤비급에서 우승하는 등 무려 7체급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11체급으로 조정된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도 5체급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1972 뮌헨대회 이후 2008 베이징대회에서 ‘노 골드’에 그치기 전까지 대회마다 3명 이상의 올림픽 챔피언을 배출했다.

가장 돋보인 선수는 테오필로 스테벤슨이다. 1972 뮌헨올림픽부터 1980 모스크바올림픽까지 헤비급에서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반쪽 대회로 치러진 1984 로스앤젤레스올림픽까지 출전했다면 복싱 사상 전무후무한 올림픽 4회 연속 우승의 기염을 토할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한 가정이 아니다. 스테벤슨은 1974년 아바나, 1978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1986년 리노 대회에서 슈퍼헤비급으로 체급을 올려 다시 한 번 정상을 밟았다. 올림픽에서 3회 연속 우승을 이루며 치른 12경기 가운데 KO 또는 TKO 승은 무려 9경기였다. 그의 후계자인 사본도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 2000 시드니올림픽까지 3회 연속 우승을 거뒀다.

국내 팬들이 쿠바 스포츠를 처음 접한 건 야구나 복싱, 여자 배구가 아닌 유도였다. 장은경(작고)은 1976 몬트리올올림픽 유도 63kg급 결승에서 쿠바의 헥토르 로드리게스와 맞붙어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내용을 보였다. 영국인 주심 조지 케르는 경기 뒤 장은경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부심과 협의 뒤 이내 판정을 뒤집었다. 유도인들이 아직까지 무척 아쉬워하는 장면이다. ‘쿠바’를 떠올리면 여자배구도 빼놓을 수 없다. 1992 바르셀로나대회부터 2000 시드니대회까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잠실구장에서 쿠바와 야구 대표팀간의 평가전을 가졌다. 남자 배구 등은 이미 월드리그 등에서 교류의 물꼬를 텄다. 한때 멀게만 느껴졌던 쿠바와의 스포츠 교류에 조금씩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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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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