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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이래서' 김수현 앓이 됐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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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이래서' 김수현 앓이 됐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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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해를 품은 달'은 조선의 가상 왕 이훤(김수현 분)의 궁중 로맨스다. 애초 기획의도에서도 밝힌 한 줄의 설명은 이 드라마의 모든 것이다. 훤이 얼마나 백성을 근심하고 사랑하는지, 그가 얼마나 곧은 정치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훤은 남자로서는 훌륭할지 몰라도 그리 좋은 왕은 아니다. 살벌한 권력 다툼에서 살아남을 지략도, 자기 사람을 만들 인사 능력도 부족하다. 심지어 정보전에서도 밀린다. 궁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는 통 알지 못한다. 병자를 고쳐야 할 활인서에서 오히려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것도, 종친 양명(정일우 분)의 충고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사실이다. 훤은 자존심이 상해 양명에게 "그럼 과인이 정치를 잘못했단 말인가?"라며 버럭 화를 내지만 사실 잘못한 것이 맞다. 지도자에게 무지와 무능력만큼 나쁜 것은 없다.

문제는 없다. '해를 품은 달'은 태생 자체가 역사를 반추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장르의 공식에 충실한 로맨스 드라마다. 시청자들은 훤에게서 이 시대의 바람직한 지도자상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사극이라는 이유만으로 '해를 품은 달'의 인기를 지난해 방영된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은 맥락에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뿌리 깊은 나무'는 한글 창제를 둘러싼 스릴러이자 세종대왕의 날카로운 심리 드라마였다. 그러나 '해를 품은 달'은 운명적 사랑에 빠진 남자의 지독한 순애보다. 그 주인공이 조선시대 왕이든, 21세기의 재벌 2세든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가 왕이기에 그리고 상대가 첫사랑 세자빈이기에 로맨스는 더욱 극적으로 흘러갈 뿐이다. 결국 '해를 품은 달'의 모든 인물과 공간은 훤과 연우(한가인 분)의 사랑을 완성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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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은 어른들이 없는 세계다. 연우를 흑주술로 죽이려 한 외척 세력의 음모가 있었지만, 결국 만나야 할 '해' 훤과 '달' 연우에게는 그리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훤이 가장 무시해선 안 될 상대는 영의정이나 대왕대비가 아닌, 연우를 사이에 둔 연적 양명이다. 이는 정은궐 작가의 또 다른 원작 '성균관 스캔들'이 오로지 성장하는 청춘들에 집중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사극이 아닌 트렌디 드라마에 가까웠던 '성균관 스캔들'처럼 '해를 품은 달' 역시 사극의 경계를 벗어난 사극이다. 오히려 이 드라마의 뿌리는 '겨울연가'와 같은 정통 로맨스 드라마에 있다. 기억 상실이나 첫사랑에 대한 집착, 삼각관계,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등 로맨스 드라마의 익숙한 장치를 모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훤과 연우의 사랑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사랑이 변하지 않을 거라 굳게 믿는다. 두 연인의 사랑을 훼방하는 것은 오직 외부적인 요인일 뿐 당사자들의 마음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 절대적인 사랑에 대한 믿음. 이는 사춘기 소녀들뿐만 아니라, 현실의 연애에 지친 사람이라도 한 번쯤 가졌을 판타지다. 게다가 그 지독한 순정의 소유자는 만인지상인 왕이다. 아무리 젊은 왕이라도 실제 역사에선 중전에 후궁까지 수많은 여인을 거느렸을 나이다. 그러나 훤의 몸과 마음은 오직 연우의 것이다. 그는 수많은 세월 동안 한 여인을 위해 눈물을 흘렸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남자, 가장 싸늘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가 흘리는 눈물. '해를 품은 달'의 판타지는 바로 이 지점에서 극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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훤의 이러한 캐릭터는 김수현이 가진 매력과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아직은 소년이라 해도 좋을 앳된 얼굴,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미소, 완성되지 않은 나약한 아름다움. 훤의 호위무사 운(송재림 분) 역시 김수현의 매력과 시너지를 이룬다. 근육질에 남성적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가 훤을 연기했다면 '해를 품은 달'의 로맨스는 그 무게감에 짓눌려 퇴색되고 말았을 것이다. '해를 품은 달'은 미완성의 캐릭터 훤과 역시 미완성의 배우 김수현이 만나 빛을 발한 셈이다. 훤이 왕으로, 한 남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때 드라마는 절정에 달했다. 훤이 잃어버린 첫사랑을 되찾게 되면서 그의 나라도 회복했다. 훤과 연우, 두 사람의 사랑타령 때문에 수많은 궁궐 사람들이 들러리로 선다 해도 어쩔 수 없다. '해를 품은 달'의 조선은 왕의 로맨스의, 로맨스를 위한, 로맨스에 의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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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TV평론가)·태상준 기자 birdcage@
사진제공 MBC·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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