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에 빠진 공학도 출신 과장, 소설가 '변신'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김호성 두산인프라코어 과장
이문열 작품통해 꿈가져..회사 다니며 10년 도전 끝 데뷔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제 삶이나 생각, 상상한 것들을 기록하고 싶었고, 그걸 공유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말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된 김호성 두산인프라코어 과장(39ㆍ사진)의 말이다.
그는 대학시절 문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이문열씨의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소설을 접했고, 카프카에 푹 빠지며 글 쓰기를 시작했다. 졸업반이었던 4학년 때는 학교 신문사가 주최한 문학상을 받았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소설을 계속 쓰고 싶었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는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대기업에 입사, 지방 근무를 하다 보니 혼자있는 시간이 많았다. 당시 남미의 소설가들이 그를 잡아 당겼다. 보르헤스와 마르케스를 읽었다. 글을 읽으면서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신춘문예에 도전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더 이상 꿈을 미룰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4년 반을 일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2004년 남미로 떠났다. 한 출판사와 남미 여행기를 책으로 내기로 구두합의하고 사진찍는 후배와 함께 떠났다. 7개월여의 남미 여행기간 동안 그가 좋아하는 남미 작가들의 흔적을 더듬어갔다.
불행히도 페루에서 여행을 기록한 노트북과 풍경을 담은 카메라를 모두 도둑맞았다. 비록 출판 계획은 무산됐지만 다행히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들은 생생히 살아 있었다.
귀국 후인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에 입사해 다시 직장인이 된 그는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일 만큼은 놓지 않았다. 주로 주말에 집중해서 썼다. 처음에는 시간조절이 힘들었지만 익숙해지고 나니 요령까지 생겼다. 그렇게 도전을 시작한지 10년 만인 지난해 말,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나오지도 않았고, 한 번도 문학 창작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그였기에 '소설가 면허증'은 더욱 의미가 컸다.
"절대적으로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해보려고 할 때는 세상이 불러주지 않아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넉다운 되고 나니 이름을 불러주더라고. 저도 그랬나봅니다. 기대를 줄이고 조급함을 줄이고 나니 이름을 불러줬습니다."
이번에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 '내기의 목적, Code of Honor'는 김 과장이 직장 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을 떠올리며 쓴 소설이다. 그는 전문 소설가가 됐지만 직장을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제 나이 또래나 친구들 중에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꿈을 꾸는 것 자체에 행복해하지만, 그 꿈을 잃어버리는 것도 당연시합니다. 끈을, 용기를 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쥐고만 있어도 언젠가는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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