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때려 票내기..후유증 만만찮다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김영식 기자] 선거해를 맞아 청와대와 여의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재계가 결국 유탄을 맞았다.


정부와 정치권의 '표퓰리즘('표'와 인기영합주의 '포퓰리즘'을 합성시킨 신조어. 표를 위한 공약)'식 압박을 묵묵히 견뎌왔던 재계가 이제 노조의 눈치까지 봐야 할 처지가 됐다.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이다. 진원지는 대기업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는 '잡셰어링'이다. 이를 위해 휴일특근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을 고치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이같은 상황이 세계경제 성장둔화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 재계의 걱정이 더 크다.


26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는 수출부진ㆍ내수경기 위축으로 국내 상장사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프엔가이드는 국제회계기준(IFRS) 연결기준 12월 결산을 발표한 98개 상장사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지난해 7월 말 총 27조6300억원에서 23조8950억원으로 6개월만에 12.3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년 동기대비로는 2.27% 줄어드는 것이다.
세계 주요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문제에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재계는 당혹해 하고 있다.


당장 정부의 방침에 따라 휴일 특근 등 추가 근로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지만 노조를 설득하기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임금의 절반 가까이를 특근 수당으로 받고 있는 현대차 노조는 이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김지희 현대차 노조대변인은 "잡셰어링에 대한 정책적 의지만 있을 뿐 노동현장에 대한 고민이 부족다"며 "지나치게 양적인 부분에만 집작하고 있어 질적인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지금과 같은 정치적, 정책적 접근이 아닌 실질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가식적인 일자리 창출로 중소형사업장의 상황을 더욱 어려워 질수 있다"고 덧붙였다.


잔업 및 특근이 수시로 이뤄지는 조선소나 석유화학 노동자 역시 2~3시간씩 연장 근무를 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의 수당을 받고 있지만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이를 포기해야 한다. 정부 안대로 할 경우 하루 10시간씩 주 5일 근무한 뒤 추가로 하루 2~3시간씩 일을 더 한다면 '10시간 법정시간 초과'로 처벌 대상이 된다. 결국 조선소나 석유화학, 자동차 업종 등이 기존처럼 동일한 생산을 유지하려면 기존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에 제3자를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기존 노동자의 임금 총액은 감축될 수 밖에 없다.


대형 제조업체 고위 관계자는 "연장 근무를 하면 높은 금액의 수당을 받을 수 있어 직원들도 감내하고 일을 하고 있다"며 "근무시간이 줄면 근로자들의 임금이 줄게 되는데 이를 어떻게 설득할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근로시간 관련 정책은 기업의 생산성 제고 및 근로자의 삶과 일의 조화를 균형있게 도모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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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근로시간이 줄어도 임금 총액은 양보 못하겠다는 노조측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경총 관계자는 "현재 주말특근을 시행하는 사업장 근로자의 경우 정부의 조치로 최대 3분의 1가량의 소득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며 " 대기업의 강성노조를 중심으로 '근로시간은 줄이지만 임금총액은 조금밖에 양보 못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노동의 유연성 없이 기업에게 무턱대고 강제만 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며 "더욱이 노조를 설득해야 하는 문제까지 기업에게 강요하는 건 공산주의식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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