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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도스·돈봉투…"혼자했다고 믿는 보좌관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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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Inside③] 보좌관 수난시대… "그들은 왜…"

국회에 대한 이미지는 여야간 '정쟁(政爭)'과 '몸싸움'으로 가득하다. 국회의 수많은 사람들과 그 역할 중 의원들의 갈등이 언론에 자극적으로 보도되는 이유다. 부정적 이슈가 긍정적 내용보다 머릿속에 오래 남는 것도 작용한다. '싸우는 장면'을 제외하고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 국회의원들이 고향으로 돌아간 설 연휴를 맞아 4일간 그들을 뺀 국회의 이야기를 전한다.

1) 보이지 않는 군소정당 "날 좀 보소"
2) 국회의원 보좌관 연봉은 얼마?, "이유는 있다"
3) 보좌관 수난시대… "그들은 왜…"
4) 유명무실 입법청원, 국민은 없다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보좌관 수난시대다. 연일 잇달아 터지는 굵직굵직한 사고 소식에 보좌진들이 연루되어 있어서다.

저축은행 구명로비 사건과 관련해 이상득 의원실의 박모 보좌관이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최구식 의원의 비서인 공모씨가 지난 해 10.26 재보궐 선거에서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연루돼 구속됐다. 최근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에서 '노란 봉투'의 주인공도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인 고모씨와 현재 국회의장 수석비서관인 조모씨 등이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단 관련성을 부인하다가 사건이 밝혀지면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한다는 것. 검찰에서 조사를 해도 이들이 침묵하면 도통 관련자를 알아내기가 어렵다. 심증은 있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시민들은 그들이 '알아서' 돈봉투를 돌리고 '단독으로'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했다는 사실에 대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위의 사건들과 보좌관의 업무는 연관성이 떨어진다. '권력'과 '돈'이 움직였다. 현직 보좌관들은 "그런 일을 벌일만한 권력도, 돈도 없다"고 설명한다. '누군가의 지시'때문에 사건에 연관되었고, '누군가의 지시'때문에 함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 보좌진의 업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나

국회의원은 흔히 연예인에 비유된다. 다양한 면에서 유사점이 많아서다. 연예인과 국회의원 모두 언론 앞에서의 한마디는 철저히 계산된 표현이다. 연예인에게 '기획사'가 있다면, 국회의원에게는 보좌진이 버티고 있다. 정치인의 대정부질문이나 본회의 발언은 철저히 보좌진이 작성해 준 '대본'에 따른다. 보좌진의 기획도 결국 의원의 '판단'에 의해 최종 결정된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보좌진의 역할은 크게 정책보좌, 정무보좌로 나눌 수 있다. 정책보좌는 국회의 고유 업무라고 할 수 있는 상임위원회와 국정감사 및 예·결산 심의와 관련된 내용 검토 및 질의서 작성, 법률 제·개정안 입안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주로 해당 상임위원회에 오랜 경력이나 전문성을 지닌 이들이 담당한다.

정무보좌는 정책보좌를 뺀 '모든 것'을 담당한다. 사무실 운영 및 관리, 의원에 대한 보고, 일정 관리, 민원 처리, 지역 관리, 언론 관리 등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정책보좌진이 분야 전문성을 우선시한다면, 정무보좌진의 경우 '대외적인 활동성'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큰 사건이 터져서 보좌진이 연루된 경우 주로 정무역할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정무 역할을 담당하는 A의원실의 보좌관은 "의원은 일정을 소화하고 지역구 챙기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의원실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는다"면서 "총괄이라는 표현에는 정치자금 후원을 모금하는 등의 역할 등도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 그들은 왜 구속당하고도 침묵하는가

"지난 2010년 12월 8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는 유리가 깨지고 서로 주먹질을 하며 수백명이 뒤엉켜져 있었다. 의원들을 제외한 이들은 보좌진과 국회 경위, 기자들뿐이다. 이틀간의 전쟁 끝에 예산안이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지만, 야당 보좌진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그들은 매년 12월 31일까지 치열한 전쟁이 여당의 '결단'으로 일찍 끝나서 쉴 수 있다며 안도했다. 그들은 '전쟁의 대가'로 치약세트를 받았다"

한 보좌관이 지난 일을 추억했다. 그들의 처지를 잘 대변해준다. 그 누구의 지시도 없었지만 정당과 해당 의원의 입장에 따라 그것을 대리하는 것이 보좌진의 '역할'이다. '보좌관 면직서' 한장에 실직자로 전락할 수 있는 현실이 그들의 행동을 결정한다. 이 보좌관은 "만일 우리 의원이 돈봉투를 주면서 돌리라고 했다면 나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의 동선과 주변을 꿰뚫고 항상 붙어있으면서 의원의 약점까지도 공유할수록 그들의 '생명'은 연장된다. '어두운 일'을 할수록 의원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럴수록 의원은 그들을 측근으로 여기고 철저히 미래를 보장해준다는 점도 작용한다. 이 때문에 의원의 위세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보좌진도 있다.

B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선관위 홈페이지를 혼자서 공격했다고 믿는 보좌진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돈봉투 사건에 대해서 보좌진이 지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아무리 의원을 위해 일해지만 자기 한달 월급을 봉투에 담아 돌릴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지적하며 '보좌관 꼬리자르기'식 사건 수사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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