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인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최근 인천공항세관에서 안전성 검사를 마친 수하물에 꼬리표(태그)를 붙이는 용역 업체가 K사에서 P사로 교체되면서 전체 50명의 비정규직 근로자 중 노조에 가입한 31명이 해고됐다.
피해를 보는 것은 공항 이용객들이다. 이용객들은 세관 검사를 받은 물건에 태그가 정상으로 부착되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서 큰 피해를 볼 수 있어 불안해하고 있다. 비행기가 도착해 입국할 때 태그와 짐 내용이 다르면 수속이 지연되거나 수색을 받는 등 낭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체 업무에 투입된 비노조원들이 장기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어 갈수록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에서는 지난 4일 '수하물이 많아서 승객들의 물품과 전자태그 내용이 다를 수 있으니 정확히 확인하라'는 안내방송까지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이같은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용역 회사 측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8년 말에도 보안ㆍ검색을 맡은 특수경비대 직원들 중 노조 설립을 주도한 일부 직원들이 용역업체 교체 과정에서 해고돼 말썽이 있었다. 바뀐 용역 업체가 노조원 7명에 대해 갑자기 해고를 통보해 한동안 시끄러웠다.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이처럼 심각한 것은 인천공항 특유의 '저비용 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 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 때부터 효율화를 명분으로 인천공항공사는 관리 책임만 맡고, 청소ㆍ관리 등 실질적인 서비스 업무는 공항공사 또는 개별 기관과 하청 용역을 맺은 40여개의 용역 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6000여 명이 책임지고 있다. 면세점ㆍ항공사 등을 포함하면 수백 개 이상의 용역업체에서 2만 명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 때문에 2~3년 단위로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용역 회사ㆍ공항공사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보안 검색ㆍ태그 부착 등 테러 예방ㆍ보안 관련 분야의 경우 숙련 노동을 요구하고 있지만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들이 일하고 있어 공항 서비스 질 저하와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김성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주 업체에 용역을 줘 비정규직을 고용하게 하는 식의 간접적인 공항 운영은 책임질 당사자들이 공항을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불안한 구조이며, 고용 불안ㆍ노사 갈등으로 세계 1등 서비스 공항의 지위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우선 인천공항공사를 공단으로 확대 개편해 외주업체를 배제하고 직접 고용하도록 하고 차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