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형식적 답변만 내놔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한국거래소의 주가급변 조회공시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조회공시제도가 기업의 형식적인 답변으로 인해 제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이상급등 종목을 포착하면 즉시 조회공시를 요구해왔지만 “이유없다”는 내용을 담은 천편일률적인 답변 공시가 대부분이다. 안철수연구소가 최근 주가 급등과 관련해 “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담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로 꼽힌다.

16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현저한 시황변동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 건수는 44건에 불과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지난 9일까지 74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역시 109건에서 112건으로 늘었다.


하반기 들어 정치인 테마, 정책 테마 등에 엮여 주가가 급변한 종목의 수는 크게 늘었지만 사유를 명확히 밝히거나 주가급변과 관련한 사항을 자세하게 공시한 상장사의 수는 매우 드물었다. 하반기 186건의 주가급변 조회공시 요구 중 이유없다는 답변이 돌아온 경우는 142건에 달했다. 상장사 10곳 중 7~8곳은 주가급변의 이유를 모르고 있다고 답한 셈이다.

이상 급등은 일반적으로 주가급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사 측의 신중하고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데도 이를 강제할 규정이 없다보니 투자자들은 주가 급등락을 남의 집 불구경 하듯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보기술(IT) 관련주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 A씨는 “성장성을 보고 1~2년 여유를 두고 투자하려고 했던 보유종목이 최근 정치인 테마주에 엮여 주가가 급등해 조회공시요구를 받았으나 시장에 알릴 내용이 없다는 답변 뿐이었다”며 “특정 정치인 테마에 엮여 주가가 급등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해 명확하게 해명을 하지 않은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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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2월 공시규정을 강화해 주가 및 거래량에 대한 검토여부를 명시하도록 했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상장사는 공시규정에 열거된 사항 이외에 답변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주가급락과 관련한 답변을 피하는 경우가 많아 주가급등과 주가급락을 명기하지 않는 등 유인책을 내놓기도 했으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코스닥 상장사의 한 기업설명회(IR) 담당자는 “회사내용과 상관없이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관련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의무적으로 밝혀야할 상황이 아닌 경우가 많다”며 “공시제도가 강화되기는 했지만 일정기간이 지난 후 공시해도 되는 사항인 경우에는 조회공시 요구에 '이유없다'고 답변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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