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음식점이나 커피전문점, 편의점 등 소규모 창업이 크게 늘고 있다. 창업이 활성화되는 것은 좋지만 좁은 시장을 놓고 업체가 난립하고 있어 걱정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31.3%에 달해 미국(7.0%)이나 일본(13.0%)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8%)보다 훨씬 높다.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은 낮다 보니 몇 년 버티지 못하고 실패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런데 자영업 창업이 급증하는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산업구조가 노동집약형에서 지식집약형으로 고도화돼 제조업부문에서 예전처럼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넓던 취업문이 바짝 좁아진 것이다. 다른 하나로는 우리 사회가 비제조업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제조업 일자리 부족 현상은 일찍이 선진국도 경험했던 일로 그들은 교육과 의료 등 고부가서비스산업의 발전을 꾀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응했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교육이나 의료행위는 공익서비스라는 인식 때문에 영리법인 설립을 금지하는 등 규제는 많고 투자는 부족하다. 의료산업이 어엿한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매년 6000만달러의 서비스수지 적자를 낳고 있는 한 이유이다.
교육산업은 논외로 하더라도 의료산업만이라도 제대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의료산업은 고령화시대를 맞아 성장가능성이 높고 양질의 일자리가 다수 창출될 수 있는 유망산업이다. 미국의 경우 보건의료산업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16%에 달할 정도로 매우 발전돼 있다. 우리의 경우 3.2% 수준인데 그만큼 성장 여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전문기관들은 영리의료법인이 허용되면 투자가 늘면서 24조원의 부가가치와 21만명의 고용이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의료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방문객이 늘고 있고 그 숫자도 8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700만명에 달하는 전 세계 의료관광객 중에서 태국이 156만명, 싱가포르가 72만명을 유치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뭇 부끄러운 수준이다. 얼마 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한 민간그룹이 병상 3000개 규모의 병원과 20층짜리 호텔로 이뤄진 복합의료단지를 열었다는 언론보도 역시 우리가 의료관광경쟁에서 얼마나 뒤처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의료분야의 고객불편을 해소하고 새로운 의료수요에 적극 부응할 수 있도록 의료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병원법인 설립을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해 자본조달이나 회사채 발행이 원천봉쇄되고 있는데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해 외부에서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물론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부자들은 우대받고 가난한 이들은 의료서비스를 받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 동네 개인병원의 존립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영리병원의 전면허용에 앞서 건강보험체계를 비롯한 의료시스템 전반에 걸친 사전점검을 하고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다만 영리병원 허용 문제는 이미 10년을 끌고 있는 사안으로서 부작용을 들어 자꾸 미루는 것도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부작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주도와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국한해 허용할 방침이고 관련 법안은 국회에 각각 계류돼 있다. 제한적으로 실험해 보자는 취지로 영리병원 허용의 효과와 부작용을 점검할 수 있고 외국인 의료관광 유치와 선진 의료기술 도입, 의료서비스 적자 완화 등의 효과도 기대되는 다목적 포석인 셈이다. 아무쪼록 올해에는 관련 법안이 입법되어 우리 의료산업에 성장의 계기가 마련되고 사회적으로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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