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신약 프로젝트…제약사는 시큰둥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정부가 앞으로 9년간 국비 5300억원을 투입해 글로벌 신약 10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환영해야 할 제약기업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는 20일 창립 이사회를 열고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한 향후 9년간 마스터 플랜을 내놓았다. 사업단은 교육과학기술부ㆍ지식경제부ㆍ보건복지부 등 3개 부처가 각자의 예산과 계획을 한 곳에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지금까지 각 부처는 나름의 연구개발(R&D) 지원 예산을 가지고 독자적 사업을 펼쳤다.
사업단은 2019년까지 총 1조원 규모의 예산(국비 5300억원, 기업투자 4700억원)을 투입해 제약기업의 신약개발을 지원, 2020년까지 글로벌 신약 10개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사업단은 수시로 프로젝트를 접수, 심사해 유망한 사업에 대해 개발비 50%를 지원해준다.
하지만 제약기업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우선 예산 규모가 그대로라는 점에서 '생색내기'란 지적이 나온다.
1조원 투자를 표방했으나 이는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애초 예산을 한 데 모은 것에 불과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산의 증감보다는 효율적 시스템이 마련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달라"고 말했다.
1개 신약을 개발하는 데 3∼10억달러가 소요되는데 9년간 1조원 예산으로 글로벌 신약 10개를 개발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비판도 있다. 한 상위 제약사 임원은 "신약개발의 요건은 제약기업이 내수와 수출을 통해 많은 이윤을 내고 이를 R&D에 재투자 할 때 마련된다"며 "어정쩡한 돈을 쪼개주기 식으로 나눠준다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국내 제약사들이 향후 2∼3년 내 글로벌 신약 탄생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숟가락 얹기'식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적 목소리도 있다. 업계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임상시험 막바지 단계에 이른 신약후보가 줄잡아 5∼10개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개발과정에 작은 규모의 정부 지원금이 포함돼 있어 상품화 성공 시 정부의 홍보대상으로 이용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꼬집었다.
#글로벌 신약
공식용어라기보다 통상적으로 미국, 유럽연합 등 선진국 보건당국으로부터 시판허가를 획득한 신약을 말한다. LG생명과학의 신약 '팩티브'가 미국FDA에서 허가를 받은 게 유일한 사례다. 선진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약을 일컫기도 하지만 '시판허가'는 필수 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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