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네슬레, 다농, 유니레버, 크래프트 푸즈 같이 미국과 유럽에 본사를 둔 글로벌 식품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면서까지 소득 수준이 낮은 동남아시아 국가로 애써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식품기업들은 동남아 지역에 제품 수출을 최대한 줄이면서 현지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 판매하는 방식으로 현지화 전략을 펴고 있다. 또 동남아 지역에 저소득 계층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대신 제품의 사이즈를 줄이거나 소포장한 보급형제품(PPP·Popularly Positioned Products)을 출시함으로써 최대한 소비자 피라미드 최하단 층까지 깊숙하게 침투하려 하고 있다.


◆현지화 전략 하나, 제품 생산·유통·판매 '논스톱'=월스트리트저널(WSJ)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는 인도네시아 자바 지역에서 판매하는 유제품을 모두 현지 카자얀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카자얀 공장은 지역 낙농가 협동조합인 푸르오다디(Purwodadi)로 모이는 원유를 가지고 제품을 만든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급등하고 있는 원유, 설탕, 코코아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제품의 재료는 직접 현지에서 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네슬레 인도네시아 지사의 페트릭 스틸하트 대표는 "여기서 판매하는 네슬레 브랜드 제품은 모두 여기서 직접 생산한다"며 "유통 과정의 낭비를 막기 위해 현지 판매 제품은 모두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네슬레는 인도네시아에서 유제품의 호주, 뉴질랜드, 미국 수입 의존도를 대폭 줄이는 대신 저금리로 현지 낙농가에 자금 지원을 해주는 방식으로 협력을 강화해 현지에서 생산하는 유제품의 양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마뉴 췌러 네슬레 유제품 담당 매니저는 "국제 시장에서 원유는 수요가 급증한 중국 때문에 수요·공급 변동성이 심한데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판매할 우유를 굳이 변동성이 심한 국제 시장에서 공급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네슬레는 필리핀에서도 마찬가지로 타나우안 공장에 1억달러를 투자해 커피 프림, 분유, 우유 제품을 생산하는 새 공장은 만들고 있다. 네슬레가 필리핀에서 작은 마을로까지 깊숙이 시장 침투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현지에서 만든 제품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현지화 유통 시스템에 있다.


수레나 자전거에 짐을 실어 방방곡곡을 누비며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 방식을 가지고 있는 자영업체 446곳이 네슬레의 제품을 필리핀 전역 24만5000개 판매점에 전달한다. 네슬레 필리핀 지사의 존 밀러 대표는 "회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까지 이들 자영업자들이 자사 제품의 흡수를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식품업체 다농이 만드는 생수 브랜드 아쿠아 워터의 경우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직접 깨끗한 물을 공급받아 원가를 낮췄고, 인도네시아 전역에 흩어진 상점 200만곳에 제품을 유통할 수 있는 할인점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았다.


◆현지화 전략 둘, 저가 보급형 제품으로 '승부수'=이머징 마켓은 글로벌 식품기업들에 있어 집중 공략 해야 할 중요 시장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매출 증가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지만 신흥국에서는 빠른 속도의 경제 성장과 함께 매출 증가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식품업체 다농은 아시아 지역 판매가 올해 상반기 20%나 늘어 세계 전체 매출 증가율 8.7%를 크게 상회했다. 다농의 경우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도록 사이즈를 조절하고 포장한 제품들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다농 뿐 아니라 네슬레, 크래프트, 유니레버는 하루 5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동남아 각국 저소득층에 깊게 침투하기 위해 제품의 가격을 낮추거나 소포장 한 제품으로 구성을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일등 공신은 보급형제품(PPP·Popularly Positioned Products)들이다.


미국 식품업체 크래프트 푸즈는 인도에서 판매하는 퍼크(Perk) 초콜릿의 가격을 5루피(11센트) 수준에 맞추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비스킷을 단 돈 500루피아에 판매하고 있다.


크래프트 푸즈의 산제이 코스라 신흥시장 담당 사장은 "개발도상국 소비자들은 단순히 싼 제품을 추구하기 보다는 그 만큼 가치가 있는가를 추구한다"며 "가격을 낮추면서 제품의 맛과 품질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성공 열쇠"라고 말했다.


네슬레의 PPP 제품 판매는 올해 상반기 13%나 증가했다. 네슬레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 판매하는 PPP제품의 가격 인상을 피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판매하는 차(茶), 커피류는 1회용 포장 당 1000루피아 수준에 가격을 정해놨고, 필리핀에서는 단돈 5페소에 네슬레 제품을 맛볼 수 있게 했다. 달러화로 환산하면 모두 12센트 정도다.


네슬레의 스틸하트 대표는 "신흥국에서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이 아예 이용을 하지 못하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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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식품 산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제임스 아모로소 애널리스트는 "식품 기업들이 소비자 계층의 맨 밑을 공략하면서 이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각인시켜 줄 수도 있고 결국 이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졌을 때 고급 제품의 판매로까지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식품기업들은 소비자 피라미드의 가장 낮은 단계까지 제품이 흡수될 수 있는 방법은 이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제품을 변형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PPP 제품들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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