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中企대출 진퇴양난
추석 특별자금 지원 늘렸지만 장기적으로 걸림돌 많아
[아시아경제 박민규ㆍ김은별 기자]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자금지원 확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금융당국이 기업 자금경색이 벌어지지 않도록 당부한 상태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실여신비율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이번 추석에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자금 지원규모를 지난해보다 늘려 잡을 계획이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설립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경우 이미 지난해의 두배인 2조원을 편성한 상태다.
농협도 지난해 1조5000억원(만기연장 1조원)에서 올해 2조원으로 추석자금 지원액수를 늘렸다. 이 중 만기연장이 1조5000억원이고 신규 지원액은 5000억원으로 지난해와 같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추석 특별자금으로 1조원을 공급했지만 올해는 1조5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민·신한·하나·산업은행 등도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지원규모를 예년보다 늘릴 방침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추석자금이 금방 소진돼 올해 지원규모를 늘린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지난 16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시장이 불안한 만큼 기업 지원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한 점도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증가를 점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가계대출 취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기업대출이라도 하지 않으면 먹고 살 게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말 현재 국민·우리·신한·기업·하나 등 5개 주요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303조1731억원으로 전월말보다 1.0% 늘었다. 지난달에만 2조8941억원이 증가해 올 들어 원별 증가액 중 가장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을 계속 늘릴지는 미지수다. 부실여신 축소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이 예대율 규제를 현행 100%에서 추가로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점도 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확대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올 연말까지 은행 부실여신비율을 1.5%로 낮추라고 지시한 바 있다. 지난 6월말 현재 은행 부실여신비율은 1.73%다. 국민·우리·기업·산업·농협·수협 등의 부실여신비율은 평균치를 웃돌고 있다. 이들이 중소기업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이유다.
특히 우리은행은 부실여신비율이 2.42%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2%대다. 지난 3월말에는 3%를 넘기도 했다. 정부가 주인인 우리은행에게 중기대출이 상처가 되고 있는 셈이다.
가계대출 억제에 따른 반사효과로 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을 늘린다 해도 또다시 부실여신이 발생하면 그 손실을 메워야 하기 때문에 중기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기도 힘든 실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중기대출 확대) 주문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무리하게 늘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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