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나타나는 '기업 불안'..채용門 닫는다
미국·유럽發 경제위기에…일부 대기업 올 공채 안 뽑기로
일부 하반기 경력직 중단·철회…준비생들 비명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채용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세계 경제에 또 한번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면서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채용을 줄여 위기 극복에 나선 기업들이 이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은 술렁이고 있다.
◆3년만에 다시 얼어붙은 취업 시장=2008년 경제위기 때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대폭 줄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09년 대기업 신규채용은 전년대비 평균 14.5% 줄었다. 2008년과 2009년 아예 채용에 나서지 않은 기업도 부지기수다.
쪼그라들었던 채용 규모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인 게 지난해부터다. 경제위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였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대기업 채용 규모는 전년대비 12.6% 늘었다.
올해는 채용 규모가 더 늘 것으로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기업의 올 해 채용 예상 증가율은 지난해 대비 4.6%였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3.9%, 0.7%였다.
그러나 미국발 경제위기가 살아나던 채용시장에 찬물을 끼얹으며 일부 기업들이 채용규모 조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는 기업이 가장 손쉽게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바로 채용이기 때문이다.
한 취업포털 관계자는 "인사담당자를 만나보면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채용 규모를 줄이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곳이 적지 않다"며 "경제위기에 적잖게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반기 주요 대기업 채용 규모는 삼성 4500명(대졸 신입사원), LG 4000명, 현대차 2700명, 포스코 450명, 한화 2800명 등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2의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경제위기 당시 취업대란이 벌어지자 정부는 잡셰어링을 주문했고, 공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신입사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채용 규모를 늘린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모르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면 잡셰어링 주장이 다시 나오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일부 그룹 경력 채용 중단=22일 헤드헌팅 및 취업포털 업계에 따르면 일부 국내 대기업들이 올 하반기 채용 규모를 조정하고 나섰다. 경력사원 채용은 이미 속속 중지하거나 철회하는 실정이다.
한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의뢰사가 현재 헤드헌팅 건과 관련해 당분간 채용을 유보하겠다는 연락을 해왔다"며 "경제상황이 요동치는 만큼 채용을 일시 중지하고 추이를 지켜보자는 게 이유"라고 전했다.
한 그룹 인사 담당자도 "신입사원 채용의 경우 대외적으로 발표한 규모가 있어 줄이기가 쉽지 않다"며 "외부로 수치가 드러나지 않는 경력 사원 수시 채용을 우선 줄인 뒤 심각할 경우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조정하는 것이 수순"이라고 말했다.
일부 그룹은 아예 전 계열사에 경력사원 채용 유보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헤드헌터는 "아직까지 글로벌 위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대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고 관망세로 들어선 게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계 기업은 정도가 더 심하다. 정규직 채용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가 하면 채용 직전에 절차를 중단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위기상황이 심각한 만큼 본사에서 경력채용중단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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