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원, 일곱살-오줌싸개의 빨래, 155x123cm, C-프린트, 155x123cm, 2010

원성원, 일곱살-오줌싸개의 빨래, 155x123cm, C-프린트, 155x123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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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고향, 일곱 살, 유년기, 학창시절, 청춘. 이런 단어들을 읽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일까? 일곱 살 엄마와 함께 갔던 놀이동산의 기억일 수도 있고 고향마을 뒷산에 누워 느꼈던 산들바람의 감촉일 수도 있다. 풋풋했던 첫사랑의 기억, 이제는 돌아가신 부모님이거나 혹은 어린 시절 아꼈던 강아지, 소중히 간직했던 인형일 수도 있다. 이 모두가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만한 기억이자 모두의 마음속에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있을 풍경이다. 일상에 쫓겨 마음 속 깊은 곳에 넣어두었지만 언제라도 꺼내보면 행복한 '그리움'을 일깨워주는 전시가 있다. '그리움 - 동아시아 현대미술전'은 같은 문화권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서로 판이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한국과 중국, 일본의 현대 작가들이 풀어낸 '그리움 Nostalgia'의 감정을 보여준다.


두안 지안유, 자매 no12, 캔버스에 유채, 2007

두안 지안유, 자매 no12, 캔버스에 유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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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경을 넘어도 '그리움'의 색깔은 그리 달라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그리움'의 키워드는 고향 혹은 유년일 것이다. 이 보편적 그리움을 엿볼 수 있는 작가는 '1978년 일곱 살' 시리즈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원성연이다. 연작의 제목은 작가가 일곱 살이었던 1978년에서 모티프를 얻어 붙인 것이다. 일면 한 장의 사진처럼 보이는 작품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장의 사진을 조각보처럼 이어 붙여 완성한 것으로, 달동네 집들과 빨랫줄에 걸린 이불, 담벼락 밑의 화분들처럼 어린 시절 우리가 보았을 법한 소재가 등장한다. 작품 한켠에 위치해있는 소녀는 작가의 어렸을 적 모습이다. 소녀는 종이비행기를 따라 엄마를 찾아 마을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오줌 싼 이불을 빨기도 한다.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보았을법한 풍경은 쉽게 관객들의 추억을 이끈다.

투 웨이청, 활동사진 변천사: 필름장치부터 프로젝터까지, 가변설치, 혼합매체, 2011

투 웨이청, 활동사진 변천사: 필름장치부터 프로젝터까지, 가변설치, 혼합매체,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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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 두안 지안 유는 중국 남부 광저우 주변의 풍경을 파스텔 색채로 그려냈다. 조용한 시골 마을의 풍경은 우리 기억 속의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평화로운 풍경을 눈으로 더듬으면 마음에 평안함이 번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에 비해 투 웨이 청이 포착한 풍경은 다르다. 작가가 찍은 사진은 빛이 바래 언뜻 보면 5~60년대 사진 같다. 높게 솟은 빌딩이 이질적이라고 느껴질 때야 이 사진이 아주 최근에 촬영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가가 담은 풍경은 2011년의 서울이다. 전시된 오브제 역시 낡은 카메라, 액자 등이지만 그 속 사진이나 재생 중인 영상은 최근에 촬영한 것들이다. 사람들이 믿고 있는 과거의 기억이 진정 과거에 닿아있는지 혹은 정교하게 재구성된 기억의 조각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시우치 미야코 어머니의 #38, 1075x740mm, 사진, 2002

이시우치 미야코 어머니의 #38, 1075x740mm, 사진,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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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보와 이시우찌 미야코, 사와다 토모코의 질문은 더 심층적이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은 대부분 행복에 맞닿아있지만 이 셋의 작업을 보면 과연 그리움이 반드시 아름다운가를 생각하게 된다. 중국 작가 하이보의 사진 연작 'They'는 총 아홉 쌍의 사진으로 구성됐다. 이 아홉 작품의 공통점은 시골 사진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구도다. 작가는 6~70년대에 촬영한 기념사진을 수집, 그 사진 속 주인공들을 찾아 최근의 사진을 새로 찍어 작품을 완성했다. 일렬로 걸려있는 9쌍, 총 18장의 사진 속에는 시간의 흐름과 중국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인민복을 입은 다섯 명의 사내 중 지금까지 생존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고, 볼이 붉은 소녀들은 이제 백발의 할머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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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지엔펑, 인생 한조각, 120x240cm, 혼합매체, 2008

판 지엔펑, 인생 한조각, 120x240cm, 혼합매체,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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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우찌 미야코의 모던한 사진에는 물건들이 찍혀있다. 누군가 쓰다 남은 붉은 립스틱과 낡은 신발, 슬립의 실루엣은 예술 사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녀의 어머니가 생전에 쓰던 것들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1년 전부터 사후 1년까지, 총 2년간 카메라에 담은 유품이 정교하게 클로즈업돼 찍혀있다. 마치 어머니를 바라보듯 세밀하게 관찰해 찍은 사진에는 어머니에 대한 작가의 기억이 묻어있다. 사와다 토모코의 사진에는 40여명에 가까운 학생과 담임 선생님으로 보이는 여성이 등장한다. 놀라운 것은 이 빼곡한 사람들이 모두 같은 얼굴을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사와다 토모코 자신이 헤어와 메이크업에 변화를 주며 찍은 초상화를 합성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사와다 토모코, 학창시절C, 13x18cm, 람바다프린트, 2004

사와다 토모코, 학창시절C, 13x18cm, 람바다프린트,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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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30대 6명이 해질녘부터 해뜰녘까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전시한 작가 구민자와 오래된 편지, 빛 바랜 사진과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낡은 장난감 등을 전시해 일상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판 지엔 펭의 전시도 눈에 띈다. 빛을 중점으로 한 사진을 통해 '아련한'느낌을 완성해낸 정연두의 사진 작품은 이제까지 작가의 작업과 전혀 달라 호기심을 일으킨다. 8월 27일까지 미래에셋센터원빌딩 서관 2층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한ㆍ중ㆍ일 젊은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그리움에 대한 여러 가지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태상준 기자·이나래(전시칼럼니스트)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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