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행이체 수수료, 은행따라 5배 차이
하나·외환·SC제일銀 가장 비싸…수수료 체계 제각각
요금산정 기준도 불투명…창구거래 역차별 심해져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은행 수수료 체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은행마다 제각각인 데다 명확한 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 수수료 체계에 불합리한 부분이 없는지 실태조사에 나섰다. 은행권 전체 당기순이익과 맞먹는 연 7조원의 수수료 시장이 과연 공정하게 작동되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취지다.
◇은행별로 최대 5배 차이=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지방·국책은행들은 저마다 다른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송금수수료만 해도 은행별로 많게는 5배까지 차이가 난다.
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타행이체를 할 때 송금수수료는 적게는 600원에서 많게는 3000원까지 든다. 하나·외환·SC제일(3000원), 한국씨티·수협·대구·경남·전북(2000원), 농협·산업·광주·제주(1500원) 등이 비교적 비싼 수수료를 물리는 반면 우리·기업·부산(1000원), 국민·신한(600원) 등은 1000원 이하 수수료를 적용한다. 자동화기기(ATM) 이용 시 영업시간 중에는 500~1000원, 영업시간 외에는 600~1600원을 부과한다. 인터넷·텔레·모바일뱅킹의 경우 산업은행(면제)을 제외하고는 500~600원의 수수료가 붙는다. 대체로 외국계 은행의 수수료가 비싼 편이다.
창구에서 당행이체를 할 때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하나·외환·SC제일 1500원, 한국씨티·수협·대구·경남·전북 1000원, 농협·제주 800원, 우리·기업 500원 등이다. 나머지는 면제다. ATM을 이용할 때도 영업시간 중에는 모두 면제지만 그 외에는 100~600원의 수수료가 붙는다. 우리·기업·산업·대구·광주·전북 등은 영업시간 외에도 ATM 당행이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인터넷·텔레·모바일뱅킹으로 당행이체 시 모든 은행이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이처럼 수수료 격차가 큰 이유는 은행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ATM이나 온라인뱅킹 등을 권장하는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 창구에서 당행이체를 하는 데 1500원의 수수료를, 그것도 건별로 내야 한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은행들은 내부 영업전략이라며 수수료 산정 기준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송금뿐 아니라 다른 수수료도 은행별로 천차만별이다. 자기앞수표(정액권) 발행수수료를 면제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1장당 50~100원씩을 받는 은행도 있다. 자기앞수표 부도처리수수료 역시 면제에서부터 5000~1만원까지 편차가 크다.
대출 및 외환 관련 수수료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출 시 채무인수 수수료를 받지 않는 곳도 있고 3만~10만원까지 받는 은행도 있다. 개인신용평가 수수료 역시 국민·하나·기업·농협 등은 면제인 반면 우리·신한·외환·수협 등은 5000원,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 등 지방은행들은 1만원을 받고 있다.
외환 송금수수료는 부과 체계와 금액이 모두 다르다. 일례로 국민은행의 경우 2000<5000<1만달러 등으로 구간을 나눠 각각 1만·1만5000·2만·2만5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과 달리 외환은행은 500<2000<5000<2만달러로 구간을 더 세분화해 각각 5000·1만·1만5000·2만·2만5000원의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2000<5000달러로만 구분해 각각 1만·1만5000·2만원의 수수료를 적용한다. 은행 간에 송금액을 나누는 기준이 서로 다 달라 고객 입장에서 어느 은행이 수수료가 싼지 쉽게 비교하기가 힘들다.
◇투명하지 않은 기준= 은행 수수료 체계는 2000년 초 자율화됐다. 은행마다 영업비용 구조와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수수료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히려 수수료 차이가 나면 은행 간 경쟁을 통해 수수료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편차가 너무 크거나 수수료 산정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투명한 기준이 없는 수수료 부과는 고객 부담을 가중시키기 마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05년에도 은행 수수료 체계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당시 점검 결과 원가에 비해 수수료가 턱없이 높지는 않다고 결론 났었다"며 "그러나 고객의 은행 이용 패턴이 크게 바뀌어 창구거래가 역차별을 받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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