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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분리한 스웨덴 "효율과 경쟁 기반, 현재까진 합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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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공개돼 운영주체끼리 경쟁…리스크 분산 효과도
경쟁체제ㆍ시장주의 등 접목하며 시대에 맞게 계속 진화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스웨덴은 연금기금을 공사 4곳에서 나눠 관리한다. 경쟁을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 하기 위함이다. 투자 실패 위험 분산 효과도 있다. 세계은행은 스웨덴 연금개혁 모델은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국가들이 도입할 만한 것이라고 권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을 쪼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스웨덴만 해도 기금분할 효과가 미미하고 오히려 부작용이 많다는 게 주된 반대논리다.

그렇다면 연금개혁 13년째에 접어든 스웨덴에선 경쟁시스템이 가미된 기금분할 제도에 어떤 내부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그 자체로 완벽한 제도는 아니라 해도, 현재로선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는 게 스웨덴 연금청의 설명이다.

스웨덴은 1998년 연금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혁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복지예산 폭증이 최대 과제로 떠오른 시기였다. 10여년에 걸친 사회적 논의 끝에 '공평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효율과 경쟁'을 핵심으로 하는 개혁이 이루어졌다. 내용 중 연기금 운용에 경쟁체제와 시장원리를 도입한 부분은 우리나라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스웨덴 연금청의 아니카 선댄 부청장은 최근 스톡홀름 연금청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금운용 분할 성과에 대해) 부정적 의견도 소수 있으나 현재까지는 국민 전반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사람들은 소득의 18.5%를 연금으로 낸다. 이 중 16%는 4곳의 연기금공사로 균등히 분배된다. 각 공사들은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기금을 투자하며 결과는 공개된다.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투자 실패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함이다.

나머지 2.5%는 프리미엄 연금(PP, Premium Pension)에 들어가며 이는 1998년 개혁 때 신설됐다. 가입자는 자신이 납부한 2.5% 금액을 800여개 펀드 중에 선택해 투자할 수 있다.

선댄 부청장은 "경제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변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동 균형 장치를 만들고, 각 공사는 주식에 더 많이 투자함으로써 전반적인 수익률의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세계은행(World Bank) 역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며 연금고갈이 우려되는 중국과 일부 유럽국가들에게 스웨덴식 연금개혁 모델의 도입을 추천했다. 이미 이탈리아, 폴란드 등은 스웨덴 모델을 전면 혹은 부분적으로 도입한 상태다.

◆수익률, 과연 극대화 됐을까

기금분할은 문제점도 노출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때 손실이 발생한 것을 두고, 경쟁시스템을 도입해도 돌발변수를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2001년 이후 첫 적자라는 측면에서 이 사건은 일종의 '쇼크(충격)'였다고 선댄 부청장은 말했다.

하지만 이를 연금개혁의 실패라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연금청의 분석이다. 매 1년씩 수익률을 계산하는 방식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지금은 3년 총합 계산법으로 수익률을 발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2008년 당시 적자도 상당 부분 만회된다.

그럼에도 기금분할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계속 나왔다. 2009년 11월 스웨덴 정부의 독립 연구기관(ESO)이 작성한 리포트가 대표적이다. 리포트는 각 연기금공사가 유사한 투자전략을 구사해 경쟁효과가 미비하고 수익률 역시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늘어난 행정비용은 부작용으로 꼽혔다. 리포트는 분할된 공사를 통합할 경우 1년에 3억 크로나의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며 기금통합을 정부에 제안했다.

그러나 스웨덴 정부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 각 공사가 협력해 행정비용을 줄이는 식의 대안을 제시했다. 여전히 기금 분할의 이점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스웨덴 연금청 연례 리포트에 따르면 각 공사의 행정비용은 2008년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2009년부터 소폭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런 연기금의 분할 방법에 대해 박창균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금분할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 확신할 순 없지만, 최소한 우리나라처럼 의사결정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것도 정답이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규모의 경제는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계속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연금을 3∼4개로 쪼개 100조원 수준을 유지해도 충분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꼭 스웨덴을 참고하려는 의도가 아니라해도,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국가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큰 손'으로 성장함에 따라, 어떤 방식이든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본격적인 기금분할과는 다르지만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국회와 정부를 중심으로 몇 번 이루어졌다.

이는 2003년 당시 적립금이 100조원을 넘으면서 활기를 띄었다. 몇 차례 법안이 마련됐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2008년 정부가 특수법인 형태의 기금운영공사를 둬 독립적인 기금운영과 전문성을 높이려는 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법안 역시 국회에 계류된 상태로 논의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스톡홀름(스웨덴)=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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