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의 '포퓰리즘(인기정치)식 정치'를 등에 업고 탁신의 대리인을 자처한 잉락은 태국 최대 야당 푸어타이당의 대표로 이번 총리 선거에 참여했다.
◆탁신=잉락, "오빠를 지지하면 나를 뽑아주세요"=정치적 경험이 부족한 잉락(44)은 탁신을 등에 업고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로 예상되고 있다.
탁신의 대리인을 자처한 잉락은 선거 캠페인에서도 공공연하게 "만약 탁신을 사랑한다면, 동생인 나에게 기회를 주세요"라고 말하고 다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태국군과 동맹을 맺은 의회 조종자들이 결국 잉락을 몰아낼 것이라며 이미 지난 몇 년 간 태국군은 정치에 개입해 왔다고 보도했다.
태국 파얍대(Payap University)의 폴 캠버스는 "태국에서는 군의 힘이 막강해 정당 정치는 부차적인 일"이라면서 "태국군이 푸어타이당의 승리 결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태국군이 총선 승리에 불복해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태국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총리를 쫓아낸 이후 태국에는 심각한 정치 분열이 초래됐다.
태국에서는 이른바 '옐로 셔츠'로 불리는 탁신 반대파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와 '레드셔츠'로 불리는 친탁신파 독재반대민주연합전선(UDD)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레드셔츠'들이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가 심화되자 정부가 강경 무력진압에 나서 91명이 숨지기도 했다.
◆태국군, 쿠데타 준비하나?=태국 여당인 민주당은 WSJ 및 타 매체 인터뷰에서 "만약 잉락이 총리로 선출된다면 그의 오빠인 탁신이 2006년 일어난 쿠데타로 물러난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탁신은 통신재벌에서 정치가로 변신해 지난 2001년 총리직에 올랐으나, 2006년 친코퍼레이션 주식 매매와 관련한 탈세 혐의로 반대 운동에 부딪혔고 결국 같은 해 9월 군부 쿠데타 세력에 의해 축출됐다.
애널리스트들은 보수적인 태국 정부군은 탁신과 잉락을 동일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잉락의 당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4일, 쁘라윳 육군사령관은 TV를 통해 "일부 정치가의 언동은 부적절하다. '좋은 사람'에게 투표하길 바란다"면서 "이전과 같은 선거 결과를 허락한다면 개혁은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잉락이 속한 푸어타이당에 반대한다는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발언에 대해 푸어타이당을 뽑으면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군 관료들은 최근 몇 주간 공공연하게 유권자들에게 잉락에게 투표하지 않도록 권유하면서도 쿠데타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美, 태국의 쿠데타 우려하는 이유?=미국은 태국 정부 관료에서 총리 선거 결과를 존중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번 선거의 여파가 단순히 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경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태국의 총리 선거 결과에 따른 쿠데타 여부에 따라 동맹국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은 태국과 오랜 동맹관계를 맺고 있긴 하지만 지난 2006년 군부 세력의 부데타 이후 관계가 소원해졌다.
게다가 태국은 중국의 성장에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태국은 중국의 주요 무역 통로에 위치한데다 에너지원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태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태국 총리 선거에 전 세계 이목이 쏠리 가운데 잉락은 최근 WSJ인터뷰에서 "나는 총리 후보 중 유일한 여자이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을 균형있게 맞출 수 있다"고 말하며 태국 정치 안정화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향후 선거 결과와 태국의 정치 안정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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