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 끝나면 학교서 택시비 내줘요"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 박은희 기자]사교육 불모지인 강원도 영월의 산골 학교가 기적을 만들어냈다. 바로 수능 성적 향상 '전국 1위'라는 결과다. 지난 3월 공개된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성적을 분석한 결과, 영월군은 모든 영역에서 1ㆍ2등급 비율이 증가했고, 특히 '수리-나'와 '외국어'영역에서 각각 7.2점이 향상돼 나머지 시ㆍ군을 제치고 전국 1위에 올랐다. 2일 치러진 올해 첫 모의수능을 앞두고 학력향상에 힘쓰고 있는 영월고(교장 권정한)를 지난 24일 찾았다.
성적향상의 비결은 교사와 학생 간의 거리를 좁힌 데 있었다. 교사들에게는 관사를, 학생들에게는 기숙사를 제공해 학교라는 울타리 안으로 모은 것이다. 3학년 서주형(19) 학생은 "집이 학교에서 10분 거리에 있지만 그 짧은 시간이라도 줄일 수 있어서 좋다"며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기숙사에서 공부하면 경쟁자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정신적 긴장도 유지돼 집중력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사교육을 받기 힘든 조건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박인수(52) 연구부장은 "방과후학교와 인터넷 강의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자부했다. 영월고에서는 정규수업이 끝나는 4시30분부터 하루에 2~3시간가량 수능 맞춤식으로 방과후 수업을 진행한다. 교재 역시 EBS에서 나온 문제집을 채택했다. 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화반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에게 1인당 1대씩 개인컴퓨터를 제공하고, 원하는 인터넷 강의를 마음껏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무료로 들을 수 있는 EBS강의 뿐만 아니라 유명 사교육업체의 인터넷 강의도 1학기에 20만 원 선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심화반은 3개월마다 내신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으로 30명을 선발해 운영한다. 박 교사는 "학생들이 경쟁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시골에 있는 학교일수록 학습 분위기를 끌어나가는 상위권 그룹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우수한 학생들끼리 서로 경쟁하고, 또 심화반에 들어오려는 경쟁도 치열해 자발적인 성적향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월군의 학력향상을 위한 노력은 고등학교에서만 이뤄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고등학교 성적은 중학교 때부터 만들어진다는 신념으로 밤 9시 반까지 전교생의 97%가 자율학습을 하는 봉래중학교(교장 임현선)가 그렇다. 봉래중은 성적부진과 생활지도 문제로 신입생의 25%가 학구를 이탈할 정도로 위기의 학교였다. 하지만 불과 2년 반 만에 지역에서조차 기피하던 학교에서 전국에서 찾아오는 학교로 탈바꿈했다. 그동안 인천, 평택, 울산 등 전국에서 전학 온 학생은 18명에 이르고, 올해 상반기에만 4명이 더 전학 왔다.
영월=이상미ㆍ박은희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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