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딜러사 '쩐' 불붙은 유럽차 '기웃'
혼다 등 일본차 딜러사 이탈 조짐...유럽차 점유율 60% 이상 독주체제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올해 첫 10만대 판매가 기대되는 수입차 시장의 기상도가 업체별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유럽차가 60%를 웃도는 점유율로 독주체제를 이어가는 가운데 ‘3ㆍ11 강진’에 발목이 잡힌 일본차는 딜러사 이탈 조짐까지 드러내며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미국차도 재기를 노리지만 유럽차 질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수입차 딜러사들이 최근 독일 수입차 시장을 기웃거리면서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차 업계 관계자는 "신규 딜러사 모집에 일본 수입차 딜러사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일본차 판매 부진에 따라 말을 갈아 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혼다 딜러사가 BMW와 폭스바겐 등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초 혼다 딜러사인 KCC모터스도 사업 확대를 위해 벤츠 딜러에 응모하기도 했다.
혼다는 올 4월까지 점유율이 3.84%로 전년 같은 기간의 6.69%에 비해 폭락했다. 엔고에 강진 여파가 겹치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토요타 등 다른 브랜드들도 판매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딜러망 붕괴가 현실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 4월 판매량이 403대로 전년 동기 대비 40.4% 추락했다. 일본 대표차들의 부진 속에 일본차 전체 시장 점유율도 전년 4월 31.3%에서 올해 15%로 1년 새 반토막이 났다.
미국차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미국 본사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신차 출시가 전년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라이슬러코리아와 포드코리아 등 미국차 전체 점유율이 10%대에 불과해 유럽차 독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유럽차는 점유율 65%를 넘어서면서 독주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특히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BMW 등 '빅4'의 점유율은 62.6%로 전년 같은 기간의 54.3%보다 8%포인트 이상 늘었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유로화 강세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데다 다양한 고객층을 겨냥한 신차 출시가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BMW와 벤츠는 2009년 이후 경쟁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43종과 26종의 신차를 출시해 다양한 고객 욕구에 대응했다.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유럽차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8% 수입 관세율이 오는 7월부터 해마다 2% 인하돼 2014년 7월에는 관세가 완전히 사라진다. 이에 따라 현재 1억3000만원대의 고급차 가격도 3년 후에는 1000만원 가까이 떨어진다.
조용석 국민대 교수(기계자동차공학부)는 "미국차가 완전히 회복하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하고 일본차는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 "유럽차의 독주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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