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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산고등학교의 '혁신학교'을 향한 새로운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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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 진보교육감의 탄생 이후, 한국의 교육계에도 '혁신학교'바람이 거세다. 올해까지 경기 66곳과 서울 23곳을 포함해 전국에서 총 152개의 혁신학교가 문을 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의 비율은 전체 혁신학교의 10%인 15곳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는 혁신학교가 인기를 끌지 몰라도 대입과 직결된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문제가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서는 '행복한 학교생활'과 '성적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신설된 삼각산고등학교(교장 홍 석)에서 혁신학교가 안고 있는 딜레마를 해결할 단초를 찾아보자.

삼각산고등학교를 찾는 사람들은 3가지에 놀란다. 첫째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 둘째는 부드러운 곡선 디자인의 학교 건물, 셋째는 학교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학생들의 학습결과물이다. 삼각산고에 가면 학생들이 한국사와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총망라해 창의적으로 만든 거대한 연표를 볼 수 있다.
삼각산고등학교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만든 한국사 및 세계사 연표가 교내에 전시되어 있다.

삼각산고등학교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만든 한국사 및 세계사 연표가 교내에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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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학습하면서 만들어낸 성과물을 전시하는 것은 단순히 환경미화 차원이 아니다. 삼각산고등학교의 제1과제는 수업시간의 학습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교혁신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독일의 할레네랑에 학교 알베르트 마이어 교장은 이에 대해 "학생들이 만든 작품으로 교실을 꾸밀 때 학생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학습효과도 향상된다"고 설명한다. 학교공간에 전시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결과물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학습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교과교실제를 전면 도입해 학생들은 교과별로 특성화된 전용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받는다. 또 학생들은 교사뿐만 아니라 친구에게서 배우면서 학습효과를 끌어 올린다. 4월부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습을 위한 소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학습두레'라고 부르는 소모임은 현재 21팀으로 15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과학, 수학, 한자 등을 함께 공부하고 있다.
수업공개시간에 협력수업을 하고 있는 삼각산 고등학교 학생들

수업공개시간에 협력수업을 하고 있는 삼각산 고등학교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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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산고의 장인혜 교육연구부장은 "학생들의 학습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만큼, 수업 분위기를 방해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생활지도의 어려움에 대한 해답으로 3월 10일 교직원 회의에서 '평화로운 수업을 만들기 위한 특별 규정'이 만들어졌다. 3월부터 4월까지 한 달 동안 사제동행 성장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평화로운 수업 공동체 분위기 형성에 방해를 하는 학생을 위한 사제동행 성장반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이 절 운동을 하고 있다.

평화로운 수업 공동체 분위기 형성에 방해를 하는 학생을 위한 사제동행 성장반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이 절 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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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 분위기를 방해하는 학생들을 선정해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3번씩 총 6번 동안 특별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유도했다. 참가한 학생들은 집중력 강화를 위해 절 운동을 하고, 성장일지를 작성하며 친구들과 소감을 나눴다.

장 교사는 "처음에는 학생들 대부분이 투덜거리고 자신의 생각을 발표할 때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했지만, 2주일이 지나자 절 운동을 완벽하게 하고 자신의 생각도 진지하게 발표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학생들이 이제는 공부를 잘 하고 싶다거나 집중력이 향상되기를 바란다는 얘기도 했다"며 변화상을 전했다.
이제 갓 2달을 넘긴 삼각산고의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은 서서히 '혁신학교'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학생들은 "교과교실로 옮겨 다니거나 협력수업을 하는 게 처음에는 불편하고 산만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얘기하고, 학부모들은 "이제는 조금 안심이 된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수업혁신이나 입시제도에 대한 혁신학교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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