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는 혁신학교가 인기를 끌지 몰라도 대입과 직결된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문제가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서는 '행복한 학교생활'과 '성적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신설된 삼각산고등학교(교장 홍 석)에서 혁신학교가 안고 있는 딜레마를 해결할 단초를 찾아보자.
삼각산고등학교를 찾는 사람들은 3가지에 놀란다. 첫째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 둘째는 부드러운 곡선 디자인의 학교 건물, 셋째는 학교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학생들의 학습결과물이다. 삼각산고에 가면 학생들이 한국사와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총망라해 창의적으로 만든 거대한 연표를 볼 수 있다.
학습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교과교실제를 전면 도입해 학생들은 교과별로 특성화된 전용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받는다. 또 학생들은 교사뿐만 아니라 친구에게서 배우면서 학습효과를 끌어 올린다. 4월부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습을 위한 소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학습두레'라고 부르는 소모임은 현재 21팀으로 15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과학, 수학, 한자 등을 함께 공부하고 있다.
삼각산고의 장인혜 교육연구부장은 "학생들의 학습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만큼, 수업 분위기를 방해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생활지도의 어려움에 대한 해답으로 3월 10일 교직원 회의에서 '평화로운 수업을 만들기 위한 특별 규정'이 만들어졌다. 3월부터 4월까지 한 달 동안 사제동행 성장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수업시간 분위기를 방해하는 학생들을 선정해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3번씩 총 6번 동안 특별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유도했다. 참가한 학생들은 집중력 강화를 위해 절 운동을 하고, 성장일지를 작성하며 친구들과 소감을 나눴다.
장 교사는 "처음에는 학생들 대부분이 투덜거리고 자신의 생각을 발표할 때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했지만, 2주일이 지나자 절 운동을 완벽하게 하고 자신의 생각도 진지하게 발표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학생들이 이제는 공부를 잘 하고 싶다거나 집중력이 향상되기를 바란다는 얘기도 했다"며 변화상을 전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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