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63빌딩과 고지대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1980년대 초반. 당시 아시아 최고빌딩이라는 63빌딩은 시골 사람들의 필수 서울 관광코스였다. 63층짜리 빌딩 꼭대기까지 바깥을 보며 올라가는 관광엘리베이터는 요금도 내야했다. 설레는 맘으로 신기하게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이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높아진 고도로 인해 생전 겪어보지 못한 귀막힘 현상 때문에 어쩔 줄 몰라했던 기억이 난다. 7~8년 후 친구들과 강원도에 놀러가면서 한계령 고개를 넘으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코스피지수가 2200까지 빠르게 상승한 후 안착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2200까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신 한국주식을 못살것처럼 왕성한 식욕을 단기간 보여줬던 외국인들은 갑자기 관망세로 돌아섰다. 반면 외국인의 거침없는 매수세를 이용해 차익실현에 나섰던 개인은 2200에서 공방을 하자 오히려 사는데 치중하는 모습이다. 변하지 않는건 일관되게 팔고있는 투신권의 매물 정도다.
2200선을 사이에 두고 공방을 벌이면서 시장이 약간의 현기증을 느끼는 듯 하다. 더 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상승탄력에 대해서는 둔화될 것이란 게 다수 의견이다. 처음 등정한 고지대의 현기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의 PER가 10.8배까지 상승했다. 코스피가 마냥 싸다고만 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비싼 영역에 들어선 것도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 증시는 PER 11배 내외에서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가격 메리트를 내세우기는 어려운 수준인 셈이다.
이번주 주요기업들의 실적발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적이 좋아진다면 다시 가격메리트는 올라가게 된다. 주가가 떨어져도 마찬가지다. 27일 LG전자와 28일 현대차와 삼성SDI 하이닉스, 29일 기아차와 SK이노베이션 등 요즘 시장의 핫이슈인 종목들의 1분기 실적이 잇달아 발표된다.
IT주가 턴어라운드 할 것인지, 기대감으로 천정부지로 치솟은 현대· 기아차와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이 오른 주가를 더 끌어올릴만큼 좋았는지 판가름난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격언대로라면 이번주는 쉬어가는 게 맞다. 가파른 고공행진에 따른 현기증을 극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한데 하필 그 시간이 주도주들의 실적발표기간이다. 실적은 주가에 선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정작 실적발표 직후에는 깜짝실적에도 주가가 밀리는 이유다.
목요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예졍돼 있다. 6월 양적완화 정책 종료를 앞두고 미국 통화긴축에 대한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날이다. 이번 FOMC에서 금리를 올리는 등 급격한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지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새로운 고지대의 등정, 적응 후 새로운 고지대에 대한 도전. 전문가들의 의견을 요약하자면 이런 시나리오다. 현대증권은 5월 증시전망 제목을 '전인미답(前人未踏)'으로 정하며 코스피 상단을 2300으로 제시했다.
매크로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반기 이후 재차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국내 기업의 1분기 실적도 시장전망치를 웃돌며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자금이 재차 신흥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결들였다. 신흥국의 긴축은 이제 정점을 지나고 있으며, 선진국은 앞으로 긴축 혹은 금융정책의 변화를 앞두고 있어 이익 모멘텀은 신흥국이 재차 부각될 것이라는 논리다.
강세장에 대한 견해에 동조한다면 굳이 남들과 함께 숨고르기를 할 필요가 없다. 한 템포 빨리 움직이면 그만큼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먼저 움직이면 리스크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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