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이 아래는 집을 짓지 마라”


11가구 34명이 살던 일본 이와테(岩手)현의 아네요시(姉吉)마을 어귀 길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진 비석이 서있다. 지난달 11일 발생한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 직후 밀려온 쓰나미는 이 경고석에서 딱 100m 아래 도로에서 멈췄다.

기무라 타미시게 촌장(64)은 최근 뉴욕타임스(NYT)인터뷰에서 “우리 선조들은 쓰나미의 공포를 알고 후손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비석에 이런 글을 새겨 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와테현 등 일본 동북부 해안에는 이같은 비석 수백 개가 말없이 서서 쓰나미를 경고하고 있다. 쓰나미 경고석 중에는 600년이 넘은 것도 있고, 높이가 3m에 이르는 것도 있다. 일부는 하도 오래돼 글자가 다 지워졌으나 대다수는 1896년 2만2000명이 숨진 쓰나미를 포함한 두 건의 쓰나미가 발생한 이후 100년전에 세운 것들이다.

경고석의 문구는 간단하다. 모든 것을 버리고 높은 곳으로 가라는 것이 많다. 다른 것들은 죽은 사람들의 숫자를 나열해 쓰나미의 위력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한 대학의 조사결과 쓰나미의 높이는 38.9m로 1896년 이와테현 쓰나미가 기록한 38.2m보다 높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아네요시 마을의 경고석은 집을 어디에 지을지를 명시한 유일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무라씨는 아네요시 마을 경고석은 “높은 곳의 거처는 후손들에게 평화와 행복을 가져온다고 쓰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 마을 사람 아무도 감히 어기려 하지 않는 규칙”이라고 강조했다.



교토의 리츠메이칸 대학 자연재해사 전공 키타하라 이토코 교수는 “쓰나미 경고석은 후손들에게 선조가 당한 고통을 피하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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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사학자들은 아네요시 마을과 같은 극히 일부만이 선조들의 경고에 주의를 기울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2차 대전후 해안선을 따라 마을이 생겨나면서 경고석은 무시됐다.



이 마을에선 1896년 대지진 쓰나미 때 2명만이 살아 남았고, 다시 해안으로 돌아가 살다가 1930년 쓰나미로 겨우 4명만 살아남았다. 이후 마을 주민들은 언덕 위에 집을 지었고 높이 1.2m의 쓰나미 경고석도 함께 세웠다고 한다. 이 경고석 덕분에 1960년 쓰나미 때는 피해가 없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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