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산다?' 車범퍼의 딜레마
범퍼 매출, 사고와 정비례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죽어야 사는 기구한 운명(?)'
지난 11일 국내 최대 자동차부품업체인 A사에서 열린 부품합동회의. CEO를 비롯한 중역들이 대거 참여한 이 회의에서 때 아닌 자동차 앞뒤로 부착되는 범퍼 판매가 이날의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이 회사의 지난달 자동차 범퍼 판매 실적이 당초 목표 대비 3%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범퍼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 정도로 작지만 이 회사의 범퍼 판매가 목표를 하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에 공급되는 고정적인 양을 감안할 때 전체 시장규모의 7~8%를 차지하는 A/S용 범퍼 판매가 줄어든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해당부서 임원이 밝혔다.
회사 규모를 감안할 때 범퍼는 전체 매출의 5%도 안 될 정도로 작지만 '자동차 생활'과 관련한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판매 달성 실패는 의미를 지닌다는 게 A사의 분석이다.
범퍼는 다른 자동차 부품과 달리 차사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매출 발생이 사고 발생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딜레마다. 사고가 줄어든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판매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달 범퍼 판매 감소는 자동차 사고 발생이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차량용 범퍼를 만드는 에코플라스틱 관계자는 "범퍼 수요가 줄었다는 것은 자동차 사고 빈도도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계도 이 같은 내용을 뒷받침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간 접촉사고 건수는 1만1963건(잠정치)으로 지난해 같은 달 보다 8.2% 감소했다.
1분기 전체를 놓고 봐도 올해의 경우 3만4083건(잠정치)으로 전년동기대비 8.8% 줄었다.
이 회사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차량 사고 건수 감소는 도로에 자동차가 줄어든 것과 관련이 있고, 이는 결국 고유가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겨울에는 도로에 차량이 증가하는데다 눈 등의 영향으로 도로가 얼어 사고 위험이 다른 계절 보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차사고 건수가 현저히 감소한 것은 고유가에 따른 부담으로 차운전을 가급적 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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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딜레마에서 탈출하기 위한 A사에게 해결책은 있을까? 이 자리에서 회사 CEO는 '부족한 3%를 채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수요가 발생해야 대응한다는 천수답 같은 자세에서 벗어나라'는 잔소리(?)도 덧붙였다.
담당 임원은 "전국 구석구석에 있는 정비소를 적극 공략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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