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조루(早漏)'를 이겨내려는 인류의 노력은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돼 왔다. 하지만 발생 원인조차 확실히 모르니 치료법은 제한적이었다. 일종의 난치병인 셈이다. 이 오래된 싸움이 최근 몇 년간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고 있다. 2009년 최초의 먹는 조루약이 개발된 데 이어, 이와 유사한 치료제들이 속속 '위대한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머리를 이기려는 치열한 머리 싸움


성행위란 게 복잡하고 예민한 인간의 감정에 관련된 것인 만큼, 드러난 모습의 원인을 한 마디로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조루 역시 분명히 밝혀진 원인은 없다. 성경험이 얼마나 많으냐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며, 특정 파트너와의 첫 관계 혹은 성행위에 대한 죄책감 등 개별적 상황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약물 부작용이나 전립선염과 같은 질환의 후유증도 있으며 태어날 때부터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신경생리학적으로 접근하면 '세로토닌(serotonin)'이 과학적 치료에 단서를 제공한다. 세로토닌은 정서, 수면, 식욕, 성적 흥분 등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데, 자연스레 농도가 옅어지는 작용기전을 막아주는 게 최근 나온 조루치료제의 원리다.


이런 약을 통칭해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라 부른다. SSRI는 애초 우울증약으로 만들어졌다. SSRI를 복용해 세로토닌의 농도를 의도적으로 증가시키면 우울증뿐 아니라 조루에도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 것이다. 일종의 '의도하지 않는 효과'인 셈인데, 이것은 최초의 조루약 '프릴리지(Priligy, 상품명)'가 탄생한 배경이 됐다.

◆조루, '정복'도 가능할까


최근 언론을 통해 소개된 '국산 조루치료제 시판 임박' 등 기사는 총 3가지 약물에 관한 것이다. 한 바이오벤처가 개발 중인 것과 제약사 2곳의 후보물질이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표 참조).


이런 약들 역시 프릴리지와 근본적으로 유사한 원리를 갖는다. 뇌 속에서 일어나는 생리현상을 인위적으로 조종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조루치료제는 진통제와 유사한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약물이 몸 안에 남아있는 동안만 작용하며, 배설이 끝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이영구 한림의대 비뇨기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1회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근본치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심리적 요인이 중요한 만큼 약물로 자신감이 생겼다면 약을 끊은 후에도 사람에 따라 개선효과가 이어질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SSRI 계열 조류치료제의 효과는 수술을 제외한 전통적 행동요법, 마취요법 등에 비해 확실한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가격과 부작용이다. 성행위 1번을 위해 2만 원짜리 알약 하나를 구입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데다, 미미한 수준이지만 우울증약이 가지는 중추신경계 부작용을 일정 부분 공유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과학이 '사랑의 시간'도 늘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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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고 사랑하기 싫다면…


사정 직전 야구경기를 생각하는 식의 개인적 '노하우'를 제외하고, 의학적으로 접근하는 조루치료법은 전통적으로 세 가지가 있다.


행동치료법이 대표적인데 귀두와 음경이 만나는 부분을 눌러줘 충동감을 지연시키고 다시 성행위를 계속하는 방식이다. 성공률이 높지 않은 데다 다소 고차원적 방법들이 생겨나며 최근에는 적극 권장되지 않는다.


또 다른 방법은 귀두 부분을 마취하는 '국소도포 치료법'이다. '리도카인' 등 여러 성분의 마취약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파트너의 성감을 함께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 너무 많이 사용하면 드물게 성욕이 감퇴되거나 발기부전이 생길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배부신경차단술'이란 수술법은 가장 적극적인 치료법이다. 예민함을 줄이려는 목적에서 신경을 제거한다. 10년 이상 된 일반적인 방법이지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의료계 내부 의견이 정리되지 않았다. 신경 차단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표하는 쪽은 충분한 학술적 근거가 축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적절한 환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매우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그 외 생활요법에는 깊이 숨을 쉬는 방법이 추천된다. 깊은 숨은 쉽게 몸을 이완시켜주며, 이를 통해 사정 직전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은 채 '백업(back up)'하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이다.


◆혹시 지나친 '과소평가'는 아닐까


의학적으로 조루를 진단하는 방법은 정해진 것이 없다. 세계성의학회는 삽입 후 1분 이내에 사정할 경우 조루로 보는데, 일각에선 '사정시간을 조절할 수 없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모두 조루'라고 판단한다. 즉 조루냐 아니냐의 여부는 개인적 판단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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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본인이 조루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2009년 대한남성과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성 27.5%가 스스로 '조루'라고 답했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사정까지 1분 미만이란 답은 2.5%에 불과했으며, 상위 30%에 속하는 10분 이상 그룹의 절반 이상이 '나는 조루이며 치료를 원한다'고 답했다.


양상국 대한남성과학회 홍보이사(건대충주병원 비뇨기과)는"정상 범위 이상의 사람이 불만을 가진다면 그 원인은 사정시간보다 성행위를 구성하는 다른 행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약물복용을 선택하기 전 자신과 파트너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여러 정서적 방법을 우선적으로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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