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수현 10주기 맞아 도쿄·서울서 추모식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선로에 사람이 떨어졌어요!"


2001년1월26일 오전, 도쿄 신주쿠(新宿)구 JR 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 다급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선로에는 취객이 떨어져 있었고 역에 있던 많은 일본인들은 어쩔 줄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역 근처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이수현씨는 선로에 사람이 떨어진 걸 보고는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이씨 혼자 취객을 선로 밖으로 끌어내려 애쓰던 그 때 역으로 들어서는 전철의 불빛이 보였다. 열차는 점점 더 이씨와 취객 가까이로 달려왔고 이를 보다 못한 일본인 사진가 한 명이 이씨를 도우려 선로로 뛰어들었으나 이들 3명은 모두 전철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 사건 뒤 안전 대책에 대한 지적이 일었고, 일본 정부는 선로 위에 사람이 떨어질 경우 이를 탐지하는 센서와 수동 열차 정지 버튼을 역내에 설치했다.

1974년 부산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무역학과에 입학한 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이씨는 10년 전인 2001년 1월26일 도쿄 신주쿠구 JR 신오쿠보역에서 이렇게 젊은 인생을 마감했다. 당시 이씨 빈소에는 일본 정치인을 비롯한 추모객들이 줄을 이었으며, 이씨 유해가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애도의 물결은 계속됐다.


이씨 사건 이후 일본에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 달려드는 이들이 늘어나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두고 '이수현씨가 보여준 희생정신으로 일본인들이 정의와 용기에 새롭게 눈뜨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씨의 '의로운 죽음'이 10주기를 맞은 올해, 이를 기리는 추모식 행사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5일 오후 7시에 열린다. 한일 합동으로 진행되는 이번 추모식에는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 이수현 의인 문화재단 설립위원회 위원장인 강지원 변호사 등이 참석하며, 추모식 끝에는 재단 설립 간담회도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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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에는 도쿄와 부산에서도 추모식이 열린다. 일본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추모식, 장학금 수여식, 등산대회 등 이씨를 추모하는 각종 행사가 이어져 왔다. 매년 1월이면 이씨를 추모하는 글이 새겨진 기념물이 있는 신오쿠보 역을 찾는 일본인들도 많았다.


노치환 이수현 의인 문화재단 설립위원회 사무총장은 "이수현 의인 10주기를 맞아 이씨가 우리 사회에 남긴 인간애, 희생정신을 되살리려한다"면서 "고인이 남긴 정신을 바탕으로 재단을 설립해 국제사회가 보다 의로운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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