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인생 이모작'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생소하지 않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은퇴 후 삶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노인인구(65세 이상) 비중은 11.3%. 40여년이 지난 오는 2050년에는 38.2%나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오는 2016년에는 베이비붐(1955~1963년)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이들 대다수는 은퇴 후 편안한 삶을 꿈꾸며 각종 연금상품 가입에 매진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가 지난 2009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근거로 분석한 은퇴소득대체율은 42%에 불과했다. 은퇴 이전 100만원의 월 평균 소득이 노후 진입과 동시에 42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는 얘기다. 팍팍해지는 살림도 문제지만 수 십 년 할일없는 '무위고(無爲苦)'는 더 큰 난관이다.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등 노후에 대한 마인드 자체를 바꾸는 자세가 중요한 이유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경영학석사(MBA) 학위까지 받은 김 모씨. 이후 한 시중은행에 입행한 후 지점장 자리까지 올랐다. 금융권에 종사하면서 은퇴 후 노후자금도 충분히 마련해 놓은 상태였지만 그는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결국 은퇴 후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돈'이 아닌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중견전문인력센터 등을 이용한 그는 지역 사회복지센터에서 재테크 상담을 하는 프리랜서 강사로 변신했다.

교육공학과를 졸업하고 교사로 일했던 신 모씨. 그녀는 결혼을 하자마자 전업주부가 됐다. 몇십년을 전업주부로 살았던 그였지만 지난해 문득 삶이 무료해지고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만 64세의 나이가 마음에 걸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과연 나를 써 줄 곳이 있을까', '취업된다 하더라도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무작정 은퇴자협회에 이력서를 등록하긴 했지만 연락 오는 곳들은 마음에 차지 않았다. '내가 나이 먹고 이런 일들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협회를 통해 지속적인 교육을 받고, 은퇴자들과의 교류를 시작하면서 마음을 열고 도서관 사서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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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모두 은퇴 후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직업을 찾은 사람들이다.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들의 결정에 힘을 실었다. 한국은퇴자협회 김선미 간사는 "처음에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센터를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분들이 많은데, 교육과정을 거칠수록 은퇴 후 직업에 대한 생각이 변하는 분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본인의 경력을 십분 살려 재취업하는 경우도 늘었다. 대체에너지 분야에 종사했던 이 모씨는 본인이 가진 전문지식의 힘을 믿었다. 지하철 삼성역에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통역 업무를 하면서도 전문지식을 잊지 않기 위해 꾸준히 책을 읽었고, 외국계 사이트도 매일 방문했다. 1주일에 3번은 중견전문인력센터를 찾아 본인이 일할 수 있는 곳을 조사했다. 결국 그는 평택 미군기지의 에너지 관련 감리업무를 맡게 됐다. 이씨의 취업상담을 맡았던 김영희 한국무역협회 중견전문인력센터장은 "은퇴자라고 해서 소극적으로 변할 필요가 없다"며 "본인이 갖고 있는 전문지식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것이 재취업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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