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통나버린 약혼男 허풍..약혼女, 파혼에 손배소 청구도 가능?
강신업 변호사의 생활법률 이야기
A씨(32ㆍ남)는 서울에서 조부모님과 부모님, 3명의 여동생과 함께 사는 모 구청 9급 공무원이다. B씨(27ㆍ여)는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여성이다. 둘은 모 결혼정보업체의 주선으로 지난 2010년 3월에 첫 만남을 가졌다. A씨는 B씨가 첫 눈에 마음에 쏙 들었으나 대화를 하면서 그가 장남은 싫어하고, 시누이들이 많으면 안 되고, 부모님을 모시고 살 수는 없다는 등의 확고한 결혼 원칙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A씨는 B씨와 결혼을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직위가 9급 공무원이 아니라 6급 공무원이며, 조부모님과 부모님을 모시고 살 필요도 없고 시누이들은 이미 결혼해 출가한 상태라고 거짓말을 했다. A씨의 '거짓조건'이 마음에 든 B씨는 당장이라도 약혼을 하자고 했고 두 사람은 만난 지 두 주 만에 약혼 예물을 교환하고 전격적으로 약혼을 했다.
그런데 B씨가 약혼을 하고 나서 보니 A씨의 말은 모두가 거짓이었다. 이에 B씨는 A씨와의 파혼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A씨는 ‘당신도 이미 대충 눈치는 다 채고 있었던 것 아니냐. 아무런 확인도 안 해보고 내 말만 믿고 약혼을 한 것은 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 아니냐’며 혼인까지 나아갈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B씨는 파혼을 할 수 있을까. 혹시 손해배상까지 받을 수도 있을까.
‘파혼’은 법률상 용어로 ‘약혼의 해제’라고 한다. ‘해제’는 계약을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한다는 의미의 법률적 표현이다. 우리 민법은 약혼을 두 당사자 사이 계약으로 보고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이를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한다.
민법 제804조에는 8가지 약혼해제 사유가 규정돼 있는데, 약혼 후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때, 약혼 후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의 선고를 받은 때, 성병, 불치의 정신병 또는 기타 불치의 악질이 있는 때, 약혼 후 타인과 약혼 또는 혼인을 한 때, 약혼 후 타인과 간음한 때, 약혼 후 1년 이상 그 생사가 불명할 때, 정당한 이유 없이 혼인을 거절하거나 그 시기를 지연하는 때,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등이다.
위 사례와 유사한 사안에서 대법원 판례는, ‘약혼은 혼인 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혼인의 예약이므로 당사자 일방은 자신의 학력, 경력 및 직업과 같은 혼인의사를 결정하는데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하여 이를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고지할 신의성실의 원칙상의 의무가 있다. 종전에 서로 알지 못하던 당사자가 중매를 통해 불과 10일간의 교제를 거쳐 약혼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서로 상대방의 인품이나 능력에 대하여 충분히 알 수 없기 때문에 학력이나 경력, 직업 등이 상대방에 대한 평가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할 것인데, 일방이 학력과 직장에서의 직종, 직급 등을 속인 것이 약혼 후에 밝혀진 경우에는 이를 신뢰하고 이에 기초하여 혼인의 의사를 결정하였던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민법 제 804조 8호 소정의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 한다’(1995. 12. 8. 94므1676, 1683)고 판시한다.
따라서 위의 경우 B씨는 거짓말을 한 A씨와의 약혼을 해제할 수 있다. 약혼 해제 뒤 손해배상청구와 약혼 예물의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데, 이 때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 대법원은 ‘B씨도 A씨의 신상에 대해 시간을 갖고 정확히 확인해 보지 않은 채 경솔히 약혼을 한 잘못은 있다고 할 것이지만, 이를 가리켜 B씨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약혼의 해제에 대한 귀책사유가 A씨에게 있는 이상 B씨의 잘못은 A씨가 B씨에게 줘야 할 위자료 액수를 산정함에 있어 참작할 사정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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