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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임대주택을 가다]빈부 떠나 모두에게 열려있는 '퍼블릭 하우징'(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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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건설업체·임차인협회..'3강구도'로 임대료 협상

스웨덴의 한 임대주택 모습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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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알매니따(Allman nytta)' 스웨덴의 주택정책을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우리말로 '공공의 이익'이란 뜻의 이 말은 집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주택을 제공한다는 스웨덴 정부의 기본 입장을 대변한다.

'모범적인 복지국가'로 손꼽히는 스웨덴에서 임대주택의 개념은 다른 나라와도 다소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와 영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임대주택을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지만, 소득과 자산 기준에 맞는 이들만 입주할 수 있는 '소셜 하우징(Social Housing)'의 개념인 것이다.
반면 스웨덴의 임대주택은 모든 이에게 열려있다. 수입이 많든 적든, 부양가족수가 얼마든지 간에 누구나 신청만 하면 입주자격이 주어진다. 일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기본 원칙은 알매니따, 즉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퍼블릭 하우징(Public Housing)'을 지향한다.

스웨덴의 한 임대주택 모습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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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주택 거주는 선택이 아닌 '필수'

"처음에는 임대주택에 살다가 결혼하고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추면 연립주택으로 옮긴다. 이중 일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기 집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중에 자식들이 분가해 노부부만 남게 되면 다시 경제적 부담이 덜한 임대주택에 사는 게 흔한 일이다"
스웨덴에서 30년째 거주하고 있는 한 교민의 말이다. 물가가 비싸고, 세금 부담이 큰 스웨덴에서 중산층 이하 계층이 임대주택에 사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시세보다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는 데다 임차인에 대한 보호도 확실하다. 자기집에 살다가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임대주택으로 이사갈 수 있다.

스웨덴 사람들도 '내집마련'에 대한 욕구가 클까? "집값이 비싸기 때문에 웬만해선 꿈도 못 꾼다. 또 집값이 오른다고 해도 시세차익의 상당부문을 세금으로 내야하기 때문에 굳이 한국처럼 부동산을 재테크나 투자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현재 스웨덴 전체 주택재고량(2009년 기준)은 452만6600가구다. 이중 공공 임대주택 물량은 대략 78만가구로 전체 물량 중 차지하는 비중이 17%가 넘는다. 영국(17.5%)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우리나라 9.1%에 비해서는 확실히 많은 양이다.

스웨덴의 한 임대주택 모습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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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건설업체·임차인협회..'3강구도'로 임대료 협상

스웨덴 복지모델은 '노·사·정 3자 협력체'로 유명하다. 기업 활동에서도 노·사·정간의 합의 하에 최저임금 기준 등을 결정한다. 하다못해 유치원의 급식이나 교육 프로그램 등도 학부모대표단과의 협의를 거치는 등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3자 협의가 이뤄진다.

임대주택 부문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 ▲임차인연합회 ▲지방주택공사 연합체인 '사보(SABO)' 등 3단체가 만나 가장 민감한 임대료 문제에 대한 협상을 펼친다. 우리 나라처럼 임차인이 집주인과 직접 협의에 나설 수도 있지만 그런 사례는 극히 드물다. 협상이 안 돼 법정까지 가는 경우도 거의 없다. 3자구도 협의 안에서 거의 모든 일이 해결되는 셈이다. 중앙정부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이다.

사보의 한 관계자는 "건축주들을 대표로 해서 사보가 임대료를 제안한다. 임차인협회 에서 임대료가 비싸다 싶으면 협상을 하고, 적정하다고 받아들이면 그 수준으로 결정된다"며 "새로운 주택단지의 임대료가 적정한지에 대해 정부에 자문을 주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주택마다 방과 욕실 수, 실내장식, 부속시설 등을 고려해 감정평가를 거쳐 점수를 매긴다. 이렇게 매겨진 점수가 임대료 협상의 기준이 된다. 건물주가 임대주택 수리 및 보수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는 주민들이 합의해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현재 수도인 스톡홀름 외곽의 카게홀름(Kaggeholm)의 방 3개(68㎡)짜리 임대주택의 월세는 5346SEK(스웨덴크로나·약 90만원)이다. 이보다 평수가 넓은 방 3개(82㎡) 주 택은 6521SEK(약 109만원)의 월세를 받는다. 외곽이고 집이 오래돼 비교적 주변 시세 보다 싼 편이다.

스웨덴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평균 임대료는 지난해보다 1.6% 올랐다. 2008년에서 2009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3.3% 올랐다. 방3개, 주방1개가 딸린 아파트의 월 평 균 임대료는 5644SEK(약 96만원)이다. 특히 새로 지어진 아파트가 평균 가격대비 65% 가량 높다.

스웨덴의 한 임대주택 모습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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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과 분리 금지 'No Segregation!'

임대주택 정책에는 '소셜믹스' 문제가 늘 따라다닌다. 다양한 계층의 사회 구성원들이 어울려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실적으로 임대주택 단지의 '고립'과 '분리'가 불가피하다. 시세보다 낮은 수준의 임대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땅값이 싼 도심 외곽이나 변두리 지역에 임대주택을 지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웨덴이 '소셜하우징'이 아니라 '퍼블릭하우징'을 추구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1920년대에만 하더라도 다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아파트를 짓는 건물주에게 지원을 해주는 등 소셜하우징 정책을 펼친 적이 있다. 그러나 '임대주택은 못사는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등 주택으로 계층이 구분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1945년부터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주택을 지원해주는 퍼블릭하우징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재무부의 한 임대주택 담당자는 "임대주택 정책을 펼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두가지 원칙 중 하나가 '계층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라며 "나머지 하나는 모든 건설회사들을 자유경쟁에 붙여서 건물을 짓도록 하는 거다. 그렇게 해야 건설사들이 담합으로 임대료를 올리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에서는 아파트를 지을 때 한 단지 내에서 50%는 분양으로, 나머지 50%는 임대로 놓고 있다. 자연스럽게 '소셜믹스'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주택의 내부나 외형면에서도 분양과 임대주택이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점은 남아있다. 한스 린드 스웨덴 왕립 주택연구소 박사는 "임대주택을 건설사들의 자율경쟁에 맡겨 놓은 데다, 임차인 선정기준이 따로 없기 때문에 오히려 소외계층이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초의 취지대로 계층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임대료를 낼 수 있는' 사람들만이 임대주택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한스 린드 박사는 "지금의 퍼블릭하우징은 오히려 돈(임대료)이 없으면 못사는 역효과가 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이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소셜하우징이 생길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웨덴=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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