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경우는 어떨까?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지만 청년층에서 유사한 징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학교에서 또래들과 관계 형성을 하지 못하거나 치열한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탈락하는 수많은 청소년이 있고,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들과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부적응 현상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또 정서적인 어려움 때문에 상담을 받거나 치료를 받는 경우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사회로부터, 관계로부터 벗어나는 현상은 특정 개인들의 문제라기보다는 한 세대를 특징짓는 일반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사실 현재 많은 조직들이 겪고 있는 핵심 문제도 이 청년 세대와의 관계맺기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은 IMF 이후 가속화된 경쟁을 학교에서부터 스스로 치러냈고, 대규모 구조조정의 효과를 목격한 세대이다. 말하자면 청년 세대들은 서바이벌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감을 생생하게 체험한 세대인 것이다.
그래서 청년 세대 대부분은 '하면 된다'는 말이나, '조직과 개인이 하나다'는 식의 말들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세상은 언제나 내던져질 수 있고, 웬만큼 해서는 나를 유지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하면 된다'거나, '조직을 위해 희생하라'고 윽박지르면 이들은 점점 사람, 조직, 사회로부터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개인적인 관계 이외에 마음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의 활력과 에너지를 조직을 위해 투여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언제든 버려질 수 있고, 그래서 내 개인 능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일 테니까. 우리는 서로 의지를 모을 수 없는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다.
내 욕망에 타인의 욕망을 복종시키려는 태도로는 서로 차이와 결핍만을 확인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서로를 살리지 못하는 한 개인도, 조직도 같이 죽어갈 것이다. 서로의 관계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면 개인과 조직은 서로 겉돌 것이다.
쓸쓸한 연말이다. 나와 우리를 되돌아보는 멈춤이 필요하다. 서로 돌보고 지지하는 구체적 관계가 어떤 것일지 상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멈춤의 시간'을 통해 서로 나누고 돌보는 관계만이 같이 사는 방법이라는 교훈을 얻는 한 해 마무리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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