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짓하면 공개망신...공정사회 新살생부 신드롬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강도,살인,성폭력 등 흉악범들에 대한 신상정보와 얼굴공개등을 놓고 법조계와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공정한 사회'를 강조해온 이후 공정사회 新살생부, 新블랙리스트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다. 그간의 불법,탈법행위는 물론이고 공정사회 분위기를 해치는 해악행위나 비윤리적 행위 대상에대해 정부와 각종기관들이 명단공개와 각종 불이익이 주어진다.
최근 공정사회 명단공개는 현재 납세,교육, 근로 등 헌법에 명기된 국민의 의무는 물론 임금근로자,중소기업, 서민 등 약자들을 상대로 한 행위에 대해 광범위하고 이뤄지고 있다. 우선 앞으로는 지방세를 3000만원 이상만 체납해도 전국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와 정부의 관보 등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간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세 체납 징수를 강화하고자 내년부터는 명단 공개 대상 체납액 기준을 1억원에서 3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공개 내용은 체납자 이름과 상호, 연령, 직업, 주소, 세목, 체납 요지 등이다.
행안부가 지난 13일 공개한 체납자는 3019명. 이들의 총 체납액은 개인 4369억원, 법인 5700억원 등 1조69억원에 이른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나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처럼 벌써 십수년째 고액 체납자 명단에서 빠지지 않는 유명 인사들도 포함돼 있었다. 공개대상이 3000만원으로 내려가면 공개대상은 2만9848명으로 3만여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또한 내년 하반기부터 근로자들의 임금을 상습적으로 고의로 체불하는 악덕사업주는 돈과 명예, 신용 모두를 잃게 된다. 고용노동부가 마련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르면 1년동안 임금등을 체불해 구속기소되거나 도피 또는 소재불명으로 기소중지된 사업주, 1년 동안 임금을 3회이상 체불하거나 고용부 장관이 정하는 금액 이상 체불한 사업주 등이 명단 공개대상이다. 이들은 금융ㆍ신용평가기관에 정보가 공개돼 신용제재를 받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입찰에 참가도 하지못한다. 임금을 체납한 건설업체의 경우 최장 2년간 공공공사 입찰 참여를 못한다. 지난해 임금 체불액은 1조3000억원, 피해 근로자만 30만명에 이른다. 일부 악덕 사업주가 임금 체불 관행을 반복하면서 체불액과 피해근로자들이 해마다 급증한데 따른 조치라는 게 고용부의 판단이다.
장애인의무고용율과 고용현황을 제한적 수준에서만 공개하던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의무고용율의 공표시기와 미달기준(연1회, 0.5% 미만 → 연2회, 1.3% 미만)을 높여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관련,지식경제부와 공정위, 중소기업청 등이 마련중인 동반성장대책에서는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가 매년 동반성장지수를 산정해 우수기업의 명단을 공개하고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기업은 고발한 뒤에 명단을 공표할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기업 보호 차원에서 하도급 거래가 많고 파급효과가 큰 업종을 중심으로 부당 단가인하, 기술탈취 등에 대한 직권조사를 해 상습 법위반 업체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키로 했다. 3년간 3회 이상 경고 조치를 받아 벌점이 4점 이상(기존 5점 이상)인 업체의 경우 고발하기로 했다.상습법위반 업체는 내년 1ㆍ4분기부터 1년간 공정위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법조, 교육, 복지 부문에서의 명단공개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징계 변호사 명단 공개 의무화가 추진 중이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변호사법 개정안을 의원 발의해 변론 불성실, 비밀누설 등 직업윤리를 위반해 변호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변호사의 명단을 협회 홈페이지에 3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한편 특정 변호사를 선임하려는 시민이 해당 변호사에 대한 징계정보를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했다. 강 의원은 "징계받은 변호사가 재차 선임돼 발생하는 제2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아프고 힘든 환자들을 속이는 병원,약국도 자유롭지 못하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허위.부당청구 의심기관에 대한 현지조사를 강화하고 엄격한 처벌 및 허위청구 기관에 대해 행정처분과 별도의 명단공표제를 강력하게 시행할 계획이다. 지난달에 처음 건강보험 요양급여 비용을 거짓으로 청구한 13개 병ㆍ의원과 약국의 명단을 인터넷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명단공표 대상은 매년 800여건의 현지조사를 통해 진료비 허위청구 금액이 1500만원을 넘거나 허위청구액 비율이 20%를 넘는 것이 확인된 의료기관들로 이들은 모두 6억8000만원 가량의 진료비를 거짓으로 타내다 적발됐다.
이에앞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입학경쟁이 치열한 사립 초등학교와 국립대 부설 초등학교가 입학장사를 하지 못하도록 내년 3월부터 신입생 및 전입생 대기자 명단을 공개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입학 단계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절차를 둔 초등학교는 사립 74개교, 국립대 부설 17개교 등 전국적으로 총 91개교다. 내년 신학기부터 이들 학교는 신입생을 추첨할 때 예비 당첨자를 공개해 결원이 생기면 순위에 따라 충원해야 한다. 교과부는 지난 9월에는 부실대학 구조조정 차원에서 2011학년도 신입생부터 학자금 대출제한을 받게될 부실대학 명단 30곳을 발표한 바 있다.
공정사회의 새로운 블랙리스트 신드롬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명단공개를 추진하는 정부의 한 관계자는 "법적,제도적 불이익을 주는 것보다 대내외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당사자와 사업주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악덕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는데 큰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명단을 공개하는 데 있어서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사후조치 등을 통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말했다.
반면 일부 기업인과 전문가들은 "정부의 역할은 사회적인 이슈나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국민, 기업등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해 해법을 도출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면서 "적극적인 행정적인 노력은 안하고 일정한 기준만 정해 명단공개를 남발할 경우 전가의 보도로 악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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