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발전법 등 2건만 여야 합의 처리… 대다수 親서민 현안 해 넘겨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의화 부의장이 새해 예산안을 직권상정해 통과 시키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의화 부의장이 새해 예산안을 직권상정해 통과 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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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로 정기국회가 종료됐다. 올해도 ‘난장판 국회’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됐다. 새해 예산안은 정기국회 회기를 하루 앞두고 여당의 단독처리로 통과됐다. 18대 국회 들어 3년 연속 되풀이된 처리 수순이었다.


예산안 처리 방식과 수정에 대한 불만이 촉발되면서 정국은 급랭 국면을 맞았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대치 정국 속 쟁점 법안 등 산적해 있는 현안 처리도 더욱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올해 정부가 입법계획을 추진한 법률안은 449건. 정기국회가 끝난 12월9일 현재, 27건의 법률안만이 국회를 통과하고 293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420건의 추진안 중 246건이 처리된 지난해와 비교해봤을 때 지나치게 초라한 결과다.


민생법안 처리 성적표는 낙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4대강 예산과 SSM(기업형 슈퍼마켓)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서민생활과 직결된 민생법안은 개회 이후 내내 표류했다. 여기에 검찰의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로비 의혹 수사, 북한의 연평도 도발까지 맞물려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9월1일 정기국회 첫날, 여야는 모두 ‘민생’에 올인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은 지난 9월 농협법 개정안을 비롯한 24개 친서민 중점법안을 발표했다. 민주당도 하도급공정거래법 등 40개의 ‘민생희망 법안’을 중점 처리대상으로 꼽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법안은 해당 상임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여야가 주력한 서민법안 중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은 유통산업발전법, 대중소기업상생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조세특례제한법, 상속 및 증여세법 등 6개가 전부다. 이중 소득세법 등 기획재정위 소관의 조세 관련 4개 법안은 직권상정으로 폐회를 하루 앞둔 8일 일괄 처리됐다.


실제 여야 합의로 제대로 처리된 민생법안은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법안 단 2건에 불과. 이로써 서민복지 증진, 경제 살리기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대다수의 민생법안 처리는 해를 넘기게 됐다.


난장판 국회… 끝내 내팽개친 민생 원본보기 아이콘

농협법 개정 연내 처리도 물거품


우선 지난해 12월 제출된 ‘농협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무산되면서 후유증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협의 끝에 합의안을 도출한 만큼 국회 통과에 큰 문제가 없어 기대가 컸던 터였다.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신용, 경제사업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게 골자다. 농협의 사업구조를 신용(금융)사업과 경제사업으로 분리해 각각 지주회사를 설립함으로써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고 시중은행 대비 경쟁력이 떨어지는 금융 부문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함이다.


농협중앙회는 농축산물 유통과 판매 등을 담당하는 경제부문과 은행 보험 등 신용부문, 또 교육지원 사업을 동시에 운영해 사업의 전문성과 경쟁력이 발전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떠안고 있었다.


신경분리는 이런 농협중앙회의 기능을 떼어내어 각각의 사업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키고, 회원농협이 연합회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농협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농업계의 숙원사업이었다.


그러나 농협법 개정안은 정기국회 기간 중 쟁점 부분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더구나 국회 파행으로 폐회 하루 전날까지 국회 논의 첫 단계인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이로써 농협의 백년대계가 달린 시급한 현안이 ‘표류’ 상태에 빠지면서 15년 이상 추진되어 온 농협개혁의 꿈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농협법 개정안 좌초로 조직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농협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사업 활성화와 농업인 실익사업 증진 등 농협 본연의 사업 추진에 차질을 초래, 결과적으로 농업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게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이에 농민단체는 지난 11월 농업인 단체들이 합의한 단일안에 따른 농협법의 조속한 개정을 강력히 촉구해왔다. 강우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은 “농협중앙회 신경분리는 경제사업 활성화를 추진하기 위한 240만 농민조합원의 현안”이라며 “농협과 농식품부가 제시한 2017년 자동 분리안에 대한 전망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농업인의 합의안을 반영한 농협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만이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강화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13일 서울 농협중앙회 앞에서 (사)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주관한 ‘농협개혁 촉구를 위한 전국농민대회’ 현장.

지난해 3월 13일 서울 농협중앙회 앞에서 (사)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주관한 ‘농협개혁 촉구를 위한 전국농민대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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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법 등도 처리 무산


사회 취약계층의 복지 분야의 법률 개정안인 ‘고용보험법 개정안’도 ‘미아 법안’으로 남게 됐다. 영세자영업자에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은 시급한 현안으로 지적돼 왔다. 사회안전망 미비로 인한 자영업자의 빈곤층 추락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7월 정부는 고용보험 가입자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1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지만, 전체 10명 중 6명이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올해 3월 41.9%에서 7월 41.1%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특히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근로자 등 고용불안층 일수록 가입률 저조해 비정규직은 42.1%,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25.7%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자영업자나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비정규직 근로자, 취업경험이 없는 청년실업자가 실직이나 취업을 못할 경우 제도적으로 정착된 생계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 실정”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법과 국민연금법 개정안 등의 표류로 서민들의 노후대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은퇴 연령이 53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년이 있더라도 감원과 구조조정으로 정년 이전의 중도하차가 당연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퇴직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올해 물 건너가면서 서민들의 노후대책 마련은 발등에 떨어지게 됐다. 퇴직연금법 개정안의 골자는 근로자의 퇴직연금 도입·운영의 유연성과 근로자 수급권 강화. 퇴직 후 안정적인 노후 보장을 위한 퇴직금제도 개선 방안을 담고 있다.


개별 근로자의 선택에 따라 퇴직금제도를 퇴직연금제도로 변경할 수 있게 하고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을 혼합해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여당에서 고령화 사회에 대처하기 위해 내놓은 친서민 중점법안인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도 노사 간 입장차가 커 처리되지 못하고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지난해 4월 제출된 이 법안은 직접적 수당이나 물질적 지원방안 대신 고령자의 고용 연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임금피크제 도입 절차를 완화토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국민연금법은 3년째 낮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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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법은 2008년 국회에 상정되었으나 18대 국회 들어 3년째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장수법이다.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가로 구성하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키자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 돈을 정부가 무분별하게 가져다 쓰는 것을 막고, 보다 전문적으로 운용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기금운용의 독립성·공정성을 결정하는 민감한 사안인데다 국민 전체와 연관되어 있다 보니 여야를 막론하고 먼저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인식은 크지만 국회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기금 운용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말 236조 원이던 것이 올해 9월 314조 원을 넘어서고 2040년에 2400조 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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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간, 부처 간 쟁점 사항이 없는 민생 현안도 국회 파행으로 외면당하기 일쑤다. 사교육비 절감대책의 하나로 학원비 공개 및 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은 지난해 6월 회부된 이후 1년 이상 상임위에서 잠자는 중이다.


사회 서비스 이용에 바우처(정부가 지불을 보증하는 표)를 제공하고 이를 관리하는 내용 등을 담은 ‘사회서비스이용권 관리법안’ 역시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양질의 사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현안 법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여야가 줄기차게 외쳐 온 취약계층 복지 확대도 말뿐인 ‘약속’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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