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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피자·거북이·콘도까지...일본은 지금 '할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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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터널을 완전히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최근 지갑을 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피자에서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일본 경제 전반에 디스카운트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마츠자카야(Matsuzakaya) 백화점 도쿄 본점에서는 최근 1주일 동안 2000개의 수입 가방 및 신발을 할인판매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30~50% 할인된 가격에 환율 상황에 따라 10~20%의 추가 할인이 이뤄졌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48세 히로코씨는 "할인행사 광고를 보고 스니커즈 한 켤레를 사려고 왔지만 추가 할인까지 하는 줄은 몰랐다"며 "스니커즈 4켤레를 5000엔(60달러)이 조금 넘는 가격에 구입했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일본의 대형 수퍼체인인 이토 요카도(Ito-Yokado Co)와 이온 리테일(Aeon Retail Co)은 호주산 소고기, 미국산 브로콜리와 같은 수입 식품류에 대해 가격할인 중이다. 피자 업체인 살바토르 쿠오모 재팬(Salvatore Cuomo Japan Inc.)은 평소 1980엔하던 마르게리타 피자 한판을 1500엔에 판매하고 있다. 유로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이탈리아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 소스 구입에 따른 비용 지출이 줄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바다를 건너온 애완동물도 더 싸진 가격에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희귀 애완동물 수입업체 사이언스팩토리의 오쿠히라 고이치로 사장은 "예전 보다 더 싸진 가격 때문에 애완동물을 몇 마리 더 살 수 있게 됐다"며 "미국과 인도산 뱀, 이구아나, 거북이 등이 요즘 인기인데, 지난해 1만5000엔 하던 수입 거북이 가격이 지금은 1만엔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북이의 경우 할인된 가격 덕에 올해 판매량이 4000마리로 지난해 보다 두 배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투자회사 글로벌 프로퍼티(Global Property Inc.)는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콘도 분양을 위한 세미나를 도쿄에서 개최했다. 또 하와이 소재 콘도를 추천하며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미국 부동산 가격과 엔화 강세를 이유로 들었다. 지난 2년 동안 해외 부동산을 내다 팔았던 일본 투자자들은 엔화 가치가 상승하던 지난 2분기부터 태도를 순 매수세로 전환하는 등 해외 부동산 투자가 활기를 띄고 있다.
경기침체 때문에 집 근처에서 조용하게 휴가를 보내던 트랜드도 예전과 달라졌다. 해외여행을 하면 더 싼 가격에 쇼핑까지 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식 추석으로 불리는 '오봉'(양력 8월15일)이 있는 지난 8월 해외 단체 여행을 떠난 일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대비 7.5% 늘어난 47만5000명을 기록했다.

지난 9월 하와이 여행을 갔다 온 52세 사타케 교코 주부는 "딸에게 선물할 마크제이콥스 시계를 200달러가 조금 넘는 가격에 샀다"며 "일본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절반 수준인데, 엔화 가치가 계속 오를 것으로 생각하고 결제는 신용카드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엔화 강세로 해외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일본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엔화강세는 수입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데 효자 역할을 할 수는 있어도 해외 자산을 타깃으로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일본인들의 투자가 나중에 경제의 구멍을 내는 화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시라카와 이코노미스트는 "오랫동안 엔화가 강세를 유지하면 해외 투자를 단행한 이들은 이득을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올 초와 같이 글로벌 투자자산들이 갑작스레 급락한다면 일본 투자자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84엔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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