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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연평포격, IT강국 참담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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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에서 외계 로봇족 디셉티콘들은 미군의 중동 공군기지를 공격한다. 이들은 미군 기지를 초토화하면서 미군 서버에서 극비 군사 정보를 빼내갔다. 다른 블록버스터 '다이하드4'에서 전직 정부요원 토머스 가브리엘은 정부 네트워크를 공격해 교통ㆍ통신ㆍ금융ㆍ전력ㆍ군사 등 모든 통신망을 장악해 미국을 공황상태로 몰아넣는다.

이 두 영화는 어떤 공격에도 철통 방어가 될 것이라고 믿어져온 미군 군사기지와 미국의 통신망이 '기습공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준다. 트랜스포머야 SF 영화라고 치부해버리면 그만이지만 다이하드는 사정이 다르다. 현실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북한은 연평도를 기습 포격했다. 해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지고 많은 주택이 폐허가 됐다. 한국군 중 최강이라는 해병대가 지키고 있고 1,2차 연평대전에서도 북한측이 공격하지 않아 연평도가 안전지대라는 믿음도 여지없이 깨졌다. 더욱이 '극강'이라고 평가받아왔고 또 군 스스로 자부해온 연평도 해병부대의 취약점도 노출시켰다.

병력도 수천에 불과한데다 장비 또한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안포는 수십년된 고물에 기름이 줄줄 새고 사거리는 1~2km에 불과하다. 북한이 서해 5도 일대에 수만명의 병력과 1000여문의 대구경 포를 배치해뒀으나 우리군의 카운터 펀치라고는 10여문의 K-9 자주포, 구형 탱크, 벌컨포가 전부다.

대청도와 소청도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는 것은 입에 올리기도 싫다. 서해안에 대한 우리군의 대비는 북한의 대규모 군사도발에 소총으로 쏘거나 잽정도를 날리다 장렬히 전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온갖 대포로 무장한 수만대군을 적수공권으로 대항하다 죽어라는 꼴이다. 2차 대전때 일본군이 미군에 대항하다 전멸한 옥쇄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남북 군사력 문제를 따질때마다 남한의 군사력이 질적 우위에 있다고 했지만 질은 아무런 우위를 발휘하지 못했다. 양의 질로의 변화는 애초부터 양의 축적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면 과장일까.
이런 취약점은 군 지도부도 알고 있었고, 전문가들도 알고, 국회도 알고, 양식있는 국민들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여야 합의가 안된다는 이유 등 이런 저런 핑계로 방치했고, 보완하지 않았다.

방치의 결과는 엄청나다. 주가는 떨어지고 환율은 뛰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악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로 고무된 축제 분위기를 암울과 공포로 바꿔버렸다.

우리의 취약점은 어디 이 뿐이랴. 전국 방방 곡곡에 초고속통신망이 깔려 있고 어디서나 인터넷이 가능하며 산중이든 바다 한가운데든 이동통신이 된다는 'ITㆍ통신강국'이라는 이미지도 깨졌다. 북한의 포격으로 전기공급이 끊어지자 이동통신 기지국은 무용지물이 됐다. 아날로그 시대에 깔아둔 유선통신이 연평도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를 알려주는 유일한 통로였다. ITㆍ통신기술이 발전했다지만 네트워크가 끊어지고 전력공급이 차단되니 무용지물이었다.

북한이 언제, 어디서 기습 무력도발을 할 지 모른다. 언제 대규모 해킹을 감행할 지 모른다. 때문에 당장 서해 5도의 요새화와 무기 현대화ㆍ첨단화를 서둘러야 한다. 낙후돼 있는 전방부대 시설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통신시설과 통신망 안전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포탄 몇발로 통신이 두절됐는데 전면 공격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또한 국가통합무선지휘통신망(통합망) 사업과 지상파DMB를 활용한 재난방송 인프라 구축은 하루빨리 실현돼야 한다. 통합망은 옛 정보통신부가 지난 2003년 소방서, 경찰, 지자체, 군 통신망을 하나로 묶어 재해재난시 긴급 통신인프라로 활용하기 위해 구축을 결정하고도 6년째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치 북한이 서해안 일대에 해안포를 대구경으로 바꾸는 등 공격력을 높이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공인프라 구축을 정부가 경제성이 없다는, 정치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미룬다면 과연 누가 그것을 하겠는가. 정부의 발상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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