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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남양유업 '아기 입맛' 볼모 돈놀이… "우리 분유 먹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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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에 돈 꿔주고 관리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약 1400억원 규모의 국내 조제분유시장을 나눠갖고 있는 매일유업(시장점유율 39.9%)과 남양유업(35.3%)이 아기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산부인과에 돈놀이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006부터 2009년 말까지 두 회사는 산부인과에 무이자나 저리로 돈을 꿔주고, 리베이트나 전자제품을 제공하면서 자사 제품만 받아 쓰도록 계약을 맺었다. 아기들의 첫 입맛은 쉽게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얌체 상흔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이런 사실이 드러난 두 회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4억8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계 1위 업체인 매일유업은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39개 산부인과에 무이자로 약 186억 원을 빌려줬다. 병원당 약 4억8000만원을 꿔준 셈이다. 이는 영업보증금이라는 이름표를 달았지만, 사실상 대여금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매일유업은 2006년부터 2009년 사이에도 6개 산부인과에 연3.0% ~ 5.0% 수준의 싼 이자로 약 24억 원을 빌려준 뒤 병원들을 관리해왔다. 비슷한 시기 87개 산부인과에 약 30억 원어치의 가구와 전자제품도 제공했다. 병원당 약 3500만원 꼴이다.
매일유업은 이런 혜택을 받은 병원들과 자사 조제분유만을 사용한다는 배타조건부 거래 계약을 맺고 분유를 공급해왔다.

업계 2위 남양유업의 사례도 비슷하다.

남양유업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71개 산부인과에 연 2.0% ~ 5.1%의 저리로 약 418억원을 빌려줬다. 병원당 5억9000만원을 꿔준 셈이다. 남양유업은 이렇게 돈을 빌려준 병원 중 51곳과 배타조건부 거래계약을 맺고 자사 제품을 납품해왔다.

남양유업은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이 중 8개 산부인과에 이자를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연리 3.0%를 물던 병원에 5.1%의 이자를 요구하면서 약 1억4000만원에 해당하는 이자는(병원당 약 1700만원) 자사 조제분유 구입비로 계산했다. 남양유업은 아울러 24개 산부인과에 약 9억원(병원당 약 3천800만원) 상당의 가구와 가전제품도 공짜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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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두 회사의 행위는 가격이나 품질, 서비스에 따른 경쟁 질서를 해친다"며 "음성적 리베이트 제공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두 회사에 각각 2억4000만원씩의 과징금을 물렸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신생아(산모)의 조제분유 선택권이 확대되고, 음성적 리베이트로 초래되는 사회적 자원의 낭비가 감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숙제는 남는다. 1천억원 대의 시장을 두고 수백억원의 자금을 들여 불법행위를 해온 두 회사에게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액이 지나치게 낮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시 한 번 '징벌 효과가 없는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되풀이될 여지가 있다.

2009년 현재 국내 분유시장의 전체 규모는 약 3688억 원. 이 가운데 조제분유의 매출액 비율은 37%(약 1400억원) 정도다. 국내 조제분유시장은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2개사가 전체시장의 75.2%를 점유하고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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