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달러 효과 톡톡..美 제조업체 수출이 살렸다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의 제조업체들이 약(弱)달러에 따른 수출 증대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높은 실업률과 낮은 인플레이션 등 우울한 경제지표와는 달리 주요 제조업체들은 수출 경기 호전으로 기대치를 넘어서는 실적을 내놓고 있다.

미국 제조업 흐름을 보여주는 산업생산이 지난 9월 전월 대비 0.2% 감소하며 지난해 6월 이후 15개월만에 처음으로 축소됐다. 하지만 지난주 발표된 미국 제조업체들의 실적은 그야말로 '어닝 서프라이즈' 였다.

보잉, 허니웰, 캐터필러, 이튼 등이 줄줄이 시장 기대치를 뛰어 넘는 3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으며 4분기 낙관적인 전망과 함께 전체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업체인 보잉은 3분기에 주당순이익(EPS)이 1.12달러를 기록, 15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던 지난해 3분기 보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보잉은 올 연간 이익 전망치를 주당 4달러로 당초 보다 20센트 높여 잡았다.

미국의 항공제어 장비업체 허니웰도 3분기 EPS가 64센트를 기록, 시장 컨센서스 62센트를 상회하는 성적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EPS도 2.52달러로 이전 2.50달러에서 소폭 상향 조정했다.

2주 안에 에머슨일렉트릭, 3M, 커민스 등 다른 제조업체들도 개선된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3M의 지난해 3분기 순익이 주당 1.37달러에 불과했지만 올해 3분기 1.5달러로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 엔진 제조업체인 커민스도 올해 3분기 EPS가 1.40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대비 세배로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우울한 경제지표와 제조업체들의 견조한 실적이 나타내는 '엇박자'에 대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으로의 수출이 제조업체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미제조자협회(NAM)의 데비드 헤더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제조업 생산의 25% 가량이 수출되고 있다"며 "달러화 가치가 과거 평균 보다 10% 가량 떨어지면서 미국 수출업체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샘 스토벨 스탠더드앤푸어스(S&P) 애널리스트는 "제조업체들이 이머징마켓에서의 매출 증가에 힘입어 앞으로도 좋은 실적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셀 프라이스 아메리프라이스 이코노미스트도 “수출 증가로 제조업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머징마켓의 강력한 성장세 덕에 미국 제조업분야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톰슨 로이터가 발표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절반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미국 기업들의 올 3분기 매출이 평균 1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내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은 매출이 평균 4%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둔화됐던 제조업 활동이 아직 의미있는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 일부 지역의 제조업경기가 우울한 터널을 벗어나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제조업체들의 분위기도 점점 환해지고 있다.

뉴욕주의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지수가 10월 15.73으로 시장 컨센서스의 2배로 뛰어 올랐으며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는 석달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다.

박선미 기자 psm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