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리는 개헌론, 성사 가능성은 어느 정도?
[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여야 정치권에서 개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과연 이번에는 개헌이 성사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개헌론이 불거졌지만 오는 2012년 대선을 둘러싼 차기 주자들의 엇갈린 이해와 개헌 논의의 정략적 의도를 경계한 야당의 반대 등으로 개헌 논의는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개헌은 역대 정부에서도 최고의 정치개혁 과제였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18대 국회에서도 개헌론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입장은 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느냐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특히 여권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세종시 수정안이 야당과 친박근혜계의 강력한 반대로 부결된 점을 고려하면 개헌의 경우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인 만큼 여야는 물론 여권 내부의 합의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쉽지 않은 과제다.
개헌 논의가 제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 지도부가 또다시 개헌 문제를 제기했다. 여야간 논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에는 어떤 결론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7일 개헌 문제와 관련, 지난 2007년 4월 6개 정당 원내대표가 '개헌 문제를 18대 국회 초반에 처리한다'고 한 합의문을 공개하면서 "개헌 문제는 다른 정치 현안과 빅딜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개헌은 여야 의원모임인 미래한국헌법연구회가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여야간 4대강 특위와 개헌특위 빅딜설을 일축하면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끝난 뒤 당내에서 본격적으로 개헌 문제를 논의하겠다. 하든 안하든 결론을 내려야 하며, 당내 입장정리를 위한 의총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개헌과 관련해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언질도 받은 바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개헌을 위한 정치적 협상을 배제하면서 국회 차원의 공식적인 논의 기구를 통해 개헌론을 공론화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 원내대표는 특히 개헌특위 구성과 관련, "개헌은 숫자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의를 봐야 하는 것이다. 개헌특위는 여야 동수로 한다든지 하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 여권이 먼저 당론을 제시할 경우 개헌 논의에 응할 수 있다는 신중한 반응을 내놓았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먼저 개헌에 대한 입장, 구체적 안을 내야지 민주당도 이에 따라 뭐든 결정할 것 아니냐"며 "민주당이 나서 개헌하자 말자고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권이 먼저 제대로 된 안을 정식으로 내놓고 협의하자고 하면 우리 당에서 논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개헌특위 구성과 관련, "대통령 임기말로 넘어가는 지금 특위를 구성해도 개헌이 가능할지, 과연 개헌을 추진할 동력조차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한나라당은 계속 꿈 속에서 뜬 구름 잡는 등 헤매지 말고 당론을 결정해 나오는 게 우선"이라고 거듭 여권이 개헌에 대한 입장을 우선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만일 한나라당이 내달 중순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이후 개헌을 위한 본격적인 당내 여론수렴과 여야간 협상에 나선다 하더라도 개헌 논의가 진척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우선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차기 대선을 노리는 주자들은 이미 개헌 추진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친박 진영은 특정인과 특정 정파가 주도하는 개헌은 성사 가능성이 없다고 못박았고 손학규 대표 역시 헌행 헌법에만 충실해도 권력집중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개헌논의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정국 운영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시점에서 개헌 논의가 본격화한다면 정국의 중심축은 차기 문제로 옮겨갈 수도 있다. 청와대로서는 득보다는 실이 큰 상황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여야 정치권이 설사 현행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개헌 추진에 합의한다 해도 영토조항과 경제조항 등에 대해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문제를 제기해온 진보와 보수진영의 시민사회단체가 나서게 되면 정국은 그야말로 대혼돈 양상으로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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