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국감의 명과 암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요즘 국정감사가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폭로전과 윽박지르기는 줄어든 대신 정부 정책의 허와 실을 요모조모 따지는 '정책국감'이 대세가 돼 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 관계자들도 혀를 내두른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의 500쪽짜리 보고서나, 야당보다 더 매섭게 정책 비판에 날을 세운다는 평가를 받는 여당 의원들의 약진 등은 달라진 국감 분위기를 반영한다. 국감이 정쟁의 도구가 아닌, 정책 감독과 검사의 장이 된다는 국감의 원래 취지를 생각해 보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자극적인 폭로성 자료로 '한 방'을 노리는 국회의원들이 많다. 피감기관 관계자들도 온당한 비판이라면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개선에 나서겠지만, 근거 없이 의혹 제기에 그치거나 '비판을 위한 비판'에 치중한다면 오히려 반감만 든다는 반응이다.
최근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1인당 연봉이 1억1600만원으로 국내 금융기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지적받은 산은지주가 대표적인 예다. 산은지주는 지주 1년차의 특성상 일반 사원보다는 관리직의 수가 많은 '역피라미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당연히 1인당 평균 연봉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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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번 국감에서는 금융권 CEO들의 기본급은 줄었지만 성과급이 늘어나 금융위기 이전보다 연봉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다소 억지스럽다. 급여에서 성과급 비율이 늘어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과급의 절대액보다는 성과급 체계의 허점을 지적하는 깊이 있는 국감이 아쉬운 때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는 것도 여전하다. 지난 12일 정무위 국감에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명계좌가 1000개에 달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폭로가 그렇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차기 신한금융그룹 회장으로 온다는 소문만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것도 국감을 정쟁의 장으로 몰아가는 것으로 보여 뒷맛이 쓰다. 정책국감 시대가 열렸다지만, 진정한 정책국감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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