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추를 어렵사리 산 주부가 배추를 머리 위로 올려 "심봤다! 배추 심봤다!"고 외쳤다. 번호표를 받고 5시간 가까이 기다리면서 배추를 못살까 조마조마하다 산 시민들은 1인당 3포기가 들어간 망을 들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이 새벽부터 배추를 사기 위해 수백미터 줄을 섰고, 긴 줄에 실망해 발길을 돌린 사람도 많았다. 서울시가 배추를 특별 공급한 어제 시내 곳곳의 시장에서 볼 수 있었던 진풍경이다. 김치가 '금(金)치'가 되고 배추가 인삼 대접을 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특별공급 물량은 3포기에 1만 2000~1만 8000원 선으로 시중 가격보다 30% 정도 싸다. 이렇게 사봐야 1만 원정도 절약할 수 있는데 불과하다. 그래도 물량이 부족하고 값이 비싸니 몇 시간씩 줄을 선 것이다. 너나없이 김치를 먹는 '김치의 나라'에서 겪는 서민들의 배추 파동은 외국에 뉴스거리가 되고 나라 망신의 소재가 되고 있다. 정부의 한발 늦은 예측에다 뒷북 행정의 피해를 국민들이 당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물가 압력이 증가할 소지가 있으나 급등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언급해왔다. 물가 안정은 개별 품목의 수급이 맞아야 가능하다. 배추의 경우 수급 예측부터 틀려나갔다. 포기당 값은 1년 전 3000원에서 요즘 1만 원선이 넘게 3~4배나 뛰어 정부 전망을 무색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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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할인마트의 구매 담당자들이 배추 파동을 예감한 것은 지난 7월부터로 알려졌다. 예년보다 파종물량이 적자 이들은 농가에 배추를 더 심으라고 권유하고 중국배추 생산물량까지 점검해왔다. 더욱이 비가 자주 오는 바람에 배추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40%나 적어졌다. 값이 뛰자 9월이 되어서야 정부는 수입한다, 매점매석을 단속한다고 법석을 떨었다. 마트만도 못한 정부 아닌가.
새 총리와 기획재정부 장관, 농림수산부 장관은 배추사려는 줄에 서서 5시간을 견뎌보라. 배추 몇 포기에 매달리는 시민들의 심정이 어떤지 느껴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봐야 한다. 말로만 '현장 행정' 이라고 하지 말고 들판과 시장에 나가보라. 탁상에 앉아 친서민, 물가안정을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따로 노는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처럼 서민들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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