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올해 국정감사는 첫 날부터 핵심 증인들이 대거 불출석해 상임위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이들 증인들은 "풍수지리를 배우기 위해", "선영의 묘가 훼손될 위기"라는 등의 황당 사유를 들어 여야 의원들의 공분을 샀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4일 국무총리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에 연루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과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핵심 증인 8명이 무더기로 불출석 했다. 이에 따라 정무위는 여야 합의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이 마저도 거부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전 지원관과 김충곤 전 점검1팀장은 "내일 중요한 피고인 심문이 있다"며 출석을 거부했고, 역시 구치소에 수감 중인 진경락 전 총괄과장은 "변호사의 조언을 들으니 출석 의무가 없다"며 출석하지 않았다.


또 일부 증인은 "건강검진이 예약돼 있다", "도로공사로 선영이 훼손될 위기에 있어 15대 종손으로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풍수지리 강좌를 수강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불출석 했다.

같은 날 외교통상통일위 국감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자녀 특채 파문에 휩싸인 고위 외교관들 대부분이 "해외 체류"라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한 것이다. '딸 채용 특혜' 의혹으로 물러난 유명환 전 장관은 유 전 장관은 "심리적 충격으로 인한 건강상 문제 등 여러가지 사정상 일정 기간 해외에 체류하는 게 합당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불출석 사유를 밝혔다.


또 아들이 인사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유종하(현 대한적십자사 총재) 전 장관은 국제적십자연맹 회의 참석(3~6일)차, 딸이 특혜 의혹에 연루된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신병치료차 해외로 나간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친구 딸 특채 과정에 개입한 의혹이 있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ASEM 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해 국감에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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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외통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장원삼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전날 벨기에 브뤼셀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전날까지 출석 가능을 통보했던 장 국장은 이날 오전에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이라는 공문 1장을 보내왔다. 2007년 외교부 인사과장과 지난해 인사기획관으로 재직한 장 국장은 최근 논란이 된 외교부 채용 비리의 실체를 밝힐 핵심 증인으로 꼽혀왔다.


이처럼 증인들이 줄줄이 불출석하면서 여야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국감 중단을 요청하는 등 초강수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국민에게 사건의 경위를 밝히고 용서를 구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자기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치듯 나가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도 "(국감 불출석은) 개인적인 일로 공무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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