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국감 舌戰 "내가 아는 윤증현이 아닌데…."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몽니일까, 국회의원들의 준비가 부족한걸까.
재정부 국정감사 첫 날인 4일. 현장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윤 장관의 답변 태도를 문제삼는 의사진행 발언이 잇따랐다. "자료 찾을 시간을 달라"거나 "(질의할 때)자극적인 표현은 삼가달라" "질문지를 미리 달라"는 윤 장관의 말에 의원들이 발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이날 첫 질의자였던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MB물가'에 대해 묻자 "자료를 찾을 시간이 필요하다"며 1분 남짓 시간을 벌었다. '배추發 물가폭등'을 성토하던 전 의원의 양해가 있었지만, 현장중계 화면엔 국감 소품으로 등장한 배추와 전 의원이 번갈아 잡히며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성조 위원장은 전 의원 질의 후 "장관이 질의 순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국감을 중단하게 했다"며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그러나 윤 장관은 "질문 순서가 바뀌어 잠깐 자료를 찾은 것"이라며 "전 의원의 질의 순서가 당초엔 15번째였는데 갑자기 첫번째로 변경돼 혼선이 있었다"고 받아쳤다.
윤 장관의 버티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의원들이 질의 중 "서민경제 파탄"이라는 표현을 쓰자 "그런 자극적인 말은 삼가달라"며 날을 세웠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그러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의원들이 사용하는 용어는 국민들의 정서를 담아 의원이 선택할 문제이지 그렇게 말하면 야당 의원들이 발언을 할 때 상당히 부담을 느낀다"며 장관의 발언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도 말을 보탰다. 그는 "참모들이 써주는 답변만 읽는 장관이라면 장관 자격이 없다"며 "질문서를 미리 안 줬다거나 질의 순서가 바뀌었다고 답변을 못한다는 건 윤증현 장관 답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당 의원의 꼬집기로 상황을 마무리하려던 권 의원의 시도는 실패했다. 윤 장관은 "질문지를 사전에 달라고 말씀드리는 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며 "외신기자들이 많이 얘기를 하는데 외국에서는 최소한 24시간 전에 입법부에서 행정부로 질문지를 넘겨 충분한 토론을 통해 답변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고 응수했다. 그는 다만 "실무적, 기술적으로 자료가 필요한 답변들이 있다는 의미이지 결코 시비를 조장하자는 뜻이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뻣뻣한' 윤 장관의 태도에 시간이 지날 수록 설전(舌戰) 참가자는 늘어갔다.
민주당 이강래 의원은 최근 윤 장관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의제 조율을 위해 순방길에 오른 일을 거론하며 "장관의 답변 태도를 보니 많이 피곤한 것 같다. G20 일이 많으냐?"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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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당 전병헌 의원도 "재정부가 고담준론(高談峻論·고상하고 준엄한 말. 현실과 먼 교과서적인 말을 잘난체하느라 쓸 때 빗대는 말)을 하는 곳이냐"며 "이미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물가 불안에 답안지가 없으면 답변 못한다는 식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성토했다.
민주당 간사 이용섭 의원 역시 "오늘의 윤증현 장관은 평소에 내가 알고 있는 윤증현 장관과 다르다"며 "국감을 하다보면 피곤한 일들이 많지만 국민들은 공복에게 기대하는 자세가 있는 법"이라며 장관의 태도 시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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