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입주냐, 미분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2. 서울에 소재한 한 홍보대행사 김우주(가명) 대표는 최근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홍보를 맡아달라는 의뢰가 두 곳이나 들어왔기 때문이다. 한 곳은 올초 분양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물량이 미분양으로 남은 경기도 용인, 다른 한 곳은 지난 5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남양주였다. 일손이 부족해 한 곳만 선택해야하는 김 대표는 결국 남양주역을 택했다.
정해진 비용의 활동 촉진비, 즉 마케팅 비용을 입주 촉진비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부진으로 당장 손에 쥐어야할 돈이 필요한 건설사들에게는 미분양을 팔아 남는 계약금 10%보다 입주를 유도해 얻어내는 30~50%의 잔금이 더 크기 때문이다.
미입주가 건설사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가장 것도 원인이다. 건설사들은 준공후 입주때 들어오는 잔금으로 잔여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상환하고 공사비를 회수한다. 하지만 입주가 지연되면 회수가 늦어지고 입주율을 높이기 위한 추가 비용 발생으로 사업 수지까지 저하돼 ‘뇌관’이 되는 것이다.
입주율 저조단지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지방과 중견건설사들 사이에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실제로 한신정평가와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신규아파트의 입주율 저조단지 비율은 주택경기가 호황 국면이었던 2004~2005년에는 2.6~2.8% 수준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50%대로 급증했다.
마케팅 활동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대형건설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분양과 미입주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미분양보다는 미입주에 묶인 돈이 더 많아 그만큼 활동을 더 하고 있다는 게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 용인 일대에 미입주 단지를 관리하고 있는 한 대형건설사 영업지원팀 담당자는 “(마케팅)투자비용 대비 회수비용을 놓고 보면 미입주에 투자하는게 더 낫다”라며 “이는 고육지책이 아니라 건설사들이 고민 끝에 찾은 해답”이라고 털어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 역시 “업체 입장에서는 미분양은 팔리든 안팔리든 공사를 진행하지만 미입주는 팔아놓은게 안나가는 것으로 더 심각한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는 (미입주에 올인하는 영업은)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
꼭 봐야할 주요뉴스
"살 빼려고 맞았는데 아이가 생겼어요"…난리난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