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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한 '혁신신약' 아반디아는 어떤 약?

최종수정 2010.09.26 12:24 기사입력 2010.09.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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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한 '혁신신약' 아반디아는 어떤 약?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당뇨치료제 아반디아가 유럽, 미국에 이어 한국 시장에서도 사실상 퇴출됐다.

유럽은 '새로운 증거자료가 나올 때까지'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으나, 판매를 아예 중단시켰고, 미국과 한국은 타 치료제를 써보다 안 되는 경우에 한정해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환자와 의료진의 불신이 극대화 된 상황에서 새로운 처방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시장퇴출과 맞먹는 조치다.
아반디아는 일반 신약이 아닌 '혁신적 신약'이란 문패를 달고 2001년 한국에 진출했다. 혁신적 신약에겐 선진 7개국과 동일한 수준의 보험약가를 부여하는 특혜가 주어진다.

지금까지 혁신적 신약로 허가받은 약은 당뇨약 아반디아, 관절염약 쎄레브렉스, 항암제 아그릴린, 항알러지약 알레그라, 항암제 테모달, 항암제 글리벡, 크론병치료제 레미케이드, 관절염약 엔브렐, 항암제 벨케이드, 관절염약 바이옥스, 항암제 이레사 등 11개에 불과하다.

이 중 부작용 우려로 퇴출된 바이옥스와, 약 사용 범위가 출시 때보다 줄어든 이레사 등 2개약이 혁신적 신약의 지위를 상실했다. 아반디아도 이번 조치로 인해 혁신적 신약에서 빠지며 약값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
영국 제약사 GSK가 만든 아반디아는 제2형 당뇨병에 쓰이는 약이다. 당뇨약에는 몇 가지 계열이 있는데, 아반디아(성분명 로지글리타존)는 액토스(성분명 피오글리타존)와 함께 치아졸리딘디온(TZD) 계열로 분류된다.

TZD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개발된 당뇨약 계열이다. 메트포르민, 설포닐우레아 등 전통적 당뇨약에 비해 혈당은 잘 떨어뜨리면서 저혈당 위험이 적어 인기를 끌었다.

2006년에는 당뇨약 중 처방액 기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해 428억원 어치가 처방됐다.

하지만 악몽은 2007년 시작됐다. 미국 클리브랜드클리닉의 심장전문의 스티브 니센(Steve Nissen)은 아반디아가 포함된 42개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해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했다. 아반디아를 먹은 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근경색 위험 43%, 심혈관계 사망위험은 64% 증가했다는 게 내용이다.

당뇨약은 혈당을 떨어뜨려 심장 합병증 발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당뇨약이 심장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혼란스런' 주장은 전 세계 의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후 아반디아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는 측과 옹호하는 측의 학술 공방이 뜨거웠다. 발표되는 연구들도 결론이 매번 뒤바뀌며 혼란은 가중됐다.

하지만 아반디아에 굳건한 믿음을 가진 의사들이 워낙 많아, 처방량은 다소 감소했으나 시장성은 유지할 수 있었다. 논란에도 불구 2007년 338억원, 2008년 214억원 어치가 처방되는 저력을 발휘했다.

판매사는 2008년 9월 반전의 기회를 잡는다. 아반디아가 심장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기 위해 고안된 'RECORD' 연구가 이맘때 종료됐는데, 그 결과 아반디아는 타 치료법에 비해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았다. 논란은 일단락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보건당국의 판단은 조금 달랐다. 그들은 RECORD 연구가 아반디아의 부작용 위험을 '입증하지도 배제하지도 못했다'고 봤다.

RECORD 연구의 재분석, 이 후 발표된 타 연구들을 집대성해, 미국과 유럽은 이 약이 심혈관계 질환, 특히 심근경색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점에 동의했고, 결국 올 9월 23일 각각 제한적 사용과 판매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판매사에게는 불행한 결과지만, 환자들 입장에선 혼란스러워 할 이유가 없다. 우선 새롭게 당뇨병을 진단받는 사람은 아반디아가 아닌 타 약물을 쓰게 된다.

반면 현재 아반디아를 사용하는 경우엔, 두 가지 옵션이 있다. 의사 판단하에 아반디아를 유지할 수도 있으며, 유사한 타 약물을 사용해도 된다. 아반디아와 작용 기전이 같은(동일 계열) '액토스'를 말한다.

애초 액토스는 아반디아에 비해 의료진의 신뢰를 받지 못해 처방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실제 아반디아를 포기한 의사들 중 일부만이 액토스로 옮겨갔으며, 대다수는 설포닐우레아나 메트포르민이란 구세대 약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최근 개발된 DPP-4라는 계열의 약들도 시중에 나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액토스에 대한 신뢰감도 예전에 비해선 나아진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당뇨병 분야 전문의는 "논란이 처음 제기된 2007년만 해도 아반디아를 능가하는 약이 없을 때라, 논란을 믿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현재는 아반디아를 포기해도 당뇨치료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진료에 혼선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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