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최근 MB는 공식 행사장에서 실망스런 안색이 역력했다. 행사장에 놓인 대형 방송용 카메라(ENG카메라) 장비들에 하나같이 일본 브랜드 로고가 찍혀있었기 때문이었다. 국내 기업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TV,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카메라 시장에서만 그 벽을 넘지 못하는지 MB는 행사 내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카메라의 핵심인 광학기술에 대한 일본의 자부심은 실로 대단하다. 얼마전 만난 일본 카메라 업체 사장은 "광학기술은 역사"라며 "한 세기에 이르는 시간동안 광학기술개발에만 매진해온 일본 기업의 기술력을 후발주자들은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간 카메라 사업은 삼성전자의 완제품 사업중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거의 유일한 분야였다. 카메라 핵심 부품과 기술을 대부분 외산에 의존하면서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판세가 달라졌다. 삼성전자가 카메라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렌즈를 독자적으로 만들고, 시모스 이미지 센서(CIS)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그간 외산에 의존했던 부품들을 국산으로 전격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최근 홍콩에서 열린 삼성전자 카메라 신제품 발표회장에서 박상진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업부 사장은 "지금까지 일본 기업의 팔로어(추종자)였다면, 이제부터는 이노베이터(혁신자)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광학기술독립'을 선언한 삼성의 혁신 DNA가 카메라 사업에도 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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