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기자수첩]자원외교 방식을 바꿔라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한국과 볼리비아는 지난 1965년에 수교한 이후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 볼리비아는 1인당 국민소득 1723달러(2009년), 연간 교역규모는 100억달러가 안되고 작년 우리와 교역규모도 1억달러가 안된다. 후안 에보 모랄레스 아이마 볼리비아 대통령이 비행시간 30시긴에 1시간 30분 연착의 긴 여정으로 방한, 멀고도 먼 나라가 어느새 진한 우정으로 이어졌다. 공식일정은 25일 저녁 시내 호텔에서 대통령 자원특사로 볼리비아에 세 차례나 특사로 다녀왔던 이상득의원과 광물자원공사 초청으로 포스코, LG화학, LG상사, SK에너지, GS칼텍스 등 국내 기업인들과 만찬을 했다. 26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리튬개발및 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볼리비아가 주목받는 것은 잠재매장량이 900만t으로 세계 1위이며 칠레(750만t)를 제외하고 아르헨, 중국, 미국(각각 240만∼250만t)등 세 나라를 합친 규모보다 크다. 이중 절반이 넘는 540만t이 우유니(경남도 면적보다 큰 12만㎢)라는 소금사막의 소금물(鹽水)에 녹아있다. 리튬은 휴대전화, 컴퓨터, 전기자동차 등의 동력원인 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원재료다. 그러나 가채연수(확인된 자원을 채굴할 수 있는 기간)가 10.7년으로 짧아 조기에 고갈가능성이 높고 매장집중도(90.7%가 특정지역에 비중)가 매우 높아 공급불안정성이 높다.
2차전지 육성과 리튬확보에 사활을 건 일본 프랑스 중국 등 10여개국이 볼리비아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볼리비아는 리튬의 해외반출보다는 자국 내에서 직접 공장을 짓기를 원했다. 공장건선과 운송 등의 경제성을 따져보면 경제성이 낮아 선진국들도 주저했다. 한국도 뒤늦게 가세했고 우리도 비슷한 고민이었다. 리튬확보라는 지상과제 앞에서 한국은 새로운 전략을 썼다.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세 차례 볼리비아를 방문했고 광물자원공사와 실무진도 현지를 수 차례 방문해 현지 정부와 국영기업관계자들과 교류를 가졌다. 볼리비아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을 만나서는 한국이 볼리비아와 제국주의에 희생된 점, 자원개발 뿐 아니라 우수한 경제모델을 볼리비아에 심어주고 싶다는 등의 전 방위 외교를 펼쳤다. 국제협력단은 한국 경제전수모델로 부상한 새마을운동을 직접 전수해주기로 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최초로 토착 인디오 출신 대통령이고 좌파성향이다. 무리한 개발보다 환경을 중시한다. 경제적 실리가 우선시되는 자원외교에서는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이 담긴 한국의 외교적 노력이 모랄레스 대통령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국은 그간 자원외교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본의 치밀함, 프랑스의 경륜, 중국의 자금력 앞에서 한국은 눈에 띄는 강점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아랍에리미트(UAE)에서 정상외교를 포함한 한국형 감성외교를 펼친 덕에 사상 첫 원전수출에 성공했다. 이번 볼리비아 리튬외교는 돈이 많지 않고 기존에 관계가 없었더라도 정상급 외교를 중심으로 자원과 경제, 사회적 인프라 등 포괄적 협력을 패키지로 추진한다면 한국도 자원외교 무대에서 선두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줬다. 자원외교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우리보다 자금력과 외교력이 월등한 일본, 프랑스,중국 등 후발국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자원개발권 확보에만 열을 올려서는 안 된다. 영향력이 있는 인물을 보내고, 경제,사회, 환경 전반에서 공동협력을 제안하면서 우리의 성과를 거두는 방식을 깊이 검토해야 할 때다.

이경호 기자 gungho@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