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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영종·청라, 입주대란에 '유령아파트' 속출

최종수정 2010.07.22 08:08 기사입력 2010.07.2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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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지나도록 입주율 10%도 안돼..기반시설 미비·부동산 침체로 입주꺼려...건설사들 '초비상'

입주 마비로 지방은 물론 수도권지역에 '유령도시'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판국에 하반기 16만가구의 아파트가 태풍처럼 몰려들고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아파트, 즉 '불 꺼진 집'들로 시장 전체가 'D-1'을 앞둔 주택거래 활성화대책 발표를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입주 기피는 기존 아파트 거래 두절, 시장의 동맥경화를 유발할 뿐 아니라 잔금 미납 등으로 건설사 경영난의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따라서 지금의 입주 대란을 진압하지 않고서는 시장 활성화는 불가능하다. 지금 시장에서 새 집을 처분하려면 오히려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넘겨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미분양이 미입주로 이어지면서 높다란 아파트 건물에 한두 채만이 저녁에 불을 밝히는 '도시 속의 섬' 생활이 시작됐다. 실례로 1500여 가구로 구성된 용인시 성복동의 H아파트 단지는 밤이 되면 별이 뜨듯, 열 가구도 안되는 가구들이 불을 밝힌다. 거래 침체로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입주를 못 해서다. 새 집은 그래도 팔릴까 싶어 수천만원을 낮춰 내놓고 있지만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한 때 '떴다방'까지 나타나 청약 광풍을 일으킨 인천 청라신도시마저 입주 한달이 지난 지금 그야말로 '유령도시'다. 입주 한달 지난 청라지구는 연말까지 3300가구가 입주한다. 현재까지 입주율은 10%도 넘지 않는다. 인근 영종하늘도시는 더 심각하다. 용인 등 수도권 남부의 경우는 입주 반년이 지난 단지들도 입주율이 절반에 못 미친다.

올 하반기에 경기 용인(1만5000가구), 고양(1만3500여가구), 파주(1만2000여가구), 남양주(1만1500여가구), 광명시(1만여가구) 등 16만가구의 입주 아파트가 시장 전반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건설사들도 잔금 납입 지연으로 경영난을 호소할 지경이다.

특히 기존 주택 거래가 안되면서 신규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는 입주 예정자들이 점차 증가하면서 이같은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새 도시, 새 단지들이 슬럼으로 변한 지금 유령아파트는 수도권 전역으로 전염병처럼 번지지만 뾰족한 대책도 안 보인다.이에 아시아경제는 '7·22 주택거래활성화대책'이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 현장을 통해 심층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청라지구 아파트 공사 현장.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황준호 기자] 지난 20일 오전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 1-1 구역 A아파트.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그러나 공사 인부 외에는 인적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

입구에 차를 세우고 입주자 지원센터로 200m 정도 걸어 가는 동안 목격된 입주민은 놀이터의 어린 아이 3명이 전부였다.

아파트 단지 안은 뛰어난 조경으로 공원을 방불케 했고 새 집들이 반짝 반짝 윤을 내고 있었지만, 정작 사람이 사는 흔적은 느껴지지 않는 '유령아파트'였다.

입주자 지원센터를 찾아 물어 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날 현재 총 884가구 중 68가구만 입주해 7%의 집만 사람이 산다는 것이다.

무성한 나무와 시냇물, 연못, 오솔길 등으로 이뤄진 최고급 정원과 커뮤니티 센터의 런닝머신들은 텅빈 채 주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청라지구의 아파트 공사 현장. 짓자마자 텅비어 있는 유령아파트들이 속출하고 있다.


인근 B아파트도 마찬가지였다.

6월 초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174가구 중 10여 가구만 입주해 아직 10%대의 입주율도 못 채웠다. 한적한 아파트 단지에선 인테리어 공사에 열중하고 있는 공사 인부와 경비원만 눈에 띌 뿐이었다.

청라 지구를 떠나 영종대교를 건너 1시간 여를 달린 끝에 영종지구 내 C아파트를 찾았다.

최근 총 328가구 중 잔금을 안낸 164가구가 통매각될 위기에 놓였다는 곳이다. 완공된지 1년 2개월이 다됐지만 128가구만 사람이 산다는 이 아파트 앞은 달랑 초등학교만 있을 뿐 온통 영종하늘도시 공사판으로, 입주민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인근 공항신도시 D부동산 관계자는 "통매각 된다는 보도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졌다고 입주민들이 질색을 했다"며 "상가나 학교 등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살기가 힘들어 매물을 찾는 사람도 드물다"고 전했다.

지난 2007년부터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ㆍ청라지구에 공급돼 최근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들이 저조한 입주율 때문에 '유령 아파트'로 전락하고 있다.

영종ㆍ청라지구엔 최근 3년간 3만 여 가구가 분양되는 등 아파트 공급이 홍수를 이뤘었다. 청라지구의 경우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2만6987가구가 분양을 마치고 공사 중이며, 앞으로도 3000여 가구가 공급된다. 영종 지구도 지난해 6000여 가구가 공급됐다.

청라지구는 분양도 잘돼 한때 송도와 함께 인천 부동산 경기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불렸다. 영종 지구도 잇단 개발 호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두 지역은 현재 '입주 대란'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 '유령의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이처럼 영종ㆍ청라 지구의 입주율이 저조한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입주 예정자들이 살고 있는 집을 팔지 못한 게 큰 원인이다.

A 아파트의 한 직원은 "워낙 조경과 시설이 좋아 입주율이 최소 10%는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더 고전 중이다"라며 "계약자들이 잔금을 내기 위해 살던 집을 내놨는데 팔리지 않아 입주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등 기반 시설 미비도 주요 원인이다.

실제 청라ㆍ영종 지구 내 최근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 주변은 여전히 공사 중으로 학교, 상가 등 생활 필수 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

B아파트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아이가 다닐 학교가 아직 공사 중이어서 이사를 올려다 못 온다는 사람이 많다"며 "며칠 살아 보니 온통 공사장인데다 상가도 없고 기반 시설이 너무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입주율 저조는 건설사들에게도 큰 문제다. 자금이 돌지 않아 경영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건설사들은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A아파트의 경우에도 기존 주택 거래에 드는 부동산 수수료 대납, 오는 12월까지 잔금연체 이자율 6% 적용, 스포츠센터 1년간 무료 이용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입주율 높이기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A 아파트 관계자는 "국내 최고의 시설을 갖춘 아파트인 만큼 100% 입주 완료를 목표로 잡고 있다"면서도 "기반시설이 너무 안 돼 있고 부동산 경기 침체가 너무 심해 절반 정도가 현실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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