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범자 기자]이 영화가 내내 밟고 있는 공간은 미국이다. 그러나 늘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잿빛의 궂은 날씨. 미국에서 느끼는 영국의 날씨는, 마치 유령작가의 시선으로 양국 사이의 거대한 정치적 음모를 뒤쫓는 이 영화의 팽팽한 긴장감을 상징하는 듯 하다.


이완 맥그리거와 피어스 브로스넌,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만나 화제가 된 영화 '유령작가'가 18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영화는 선임자의 죽음으로 전 영국 수상 아담 랭(피어스 브로스넌 분)의 자서전을 대필하게 된 주인공 유령작가(이완 맥그리거 분)가 미국의 거대한 음모를 발견하고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린 정통 스릴러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유령작가'는 거장 폴란스키 감독에게 올해 제60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안기며 국내 개봉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는 전 영국 수상 랭의 자서전의 대필작가, 즉 유령작가(Ghost Writer)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이완 맥그리거가 분한 후임 유령작가는 정치적 성향도, 정치에 대한 관심도 전혀 없지만 친구이자 출판사 사장의 강권에 얼떨결에 대필을 맡게 된다.

하지만 미국의 한 섬에 고립된 랭의 자택에서 집필을 준비하던 중 전임작가가 써놓은 초고와 집안에서 발견한 의문의 단서들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여기에 랭의 아내인 루스 랭(올리비아 윌리엄스 분), 랭의 수석비서 아멜리아(킴 캐트럴 분)의 차가운 눈빛과 집안을 감싸는 이상한 기류는 유령작가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마침내 유령작가는 전임 작가가 흘려놓은 여러 열쇠들을 하나씩 챙기며 전임자 죽음의 실마리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유령작가 그 자신도 전임과 똑같은 위기에 처하게 되고 영화는 숨가쁘게 마지막을 향해 치닫는다.


'악마의 씨' '차이나타운' '피아니스트'를 연출한 거장 폴란스키 감독은 30년 전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영화를 빚어내는 실력만큼은 가히 최고라고 할 만하다. 정통 스릴러를 표방하면서도 그 흔한 피바람이나 잔인한 살인 장면 하나 없이 아름다운 영상과 촘촘하게 짜여진 세련된 전개로 관객의 시선과 가슴을 영화로 온전히 몰입하게 만든다. 관객을 윽박지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느슨하게 풀어놓지도 않은 채 완벽하게 계산된 듯한 완급조절로 솜씨좋게 유령작가의 시선으로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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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화 후반부 유령작가의 손에서 시작된 결정적인 메모가 파티 게스트들의 손에서 손으로, 또다시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게 할 만큼 압권이다. 그리고 카메라 뒷편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과 그와 동시에 일어난 매서운 바람이 만든 마지막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힐 만하다.


'트레인스포팅''아일랜드''물랑루즈' 등에서 연기 변신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탄탄히 다져온 이완 맥그리거가 매력적인 유령작가로 또다시 관객을 매료시키고, '007시리즈''맘마미아'의 피어스 브로스넌은 전 영국 수상 아담 랭으로 모처럼 무게감있는 연기를 펼친다. 인기 TV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만다로 인기를 모은 킴 캐트럴이 차갑고 지적인 여비서로 변신한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6월 3일 개봉.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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