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에 일조량 부족
올농사 사실상 끝나
과일·채소가격 급증
'애그플레이션' 우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올해 농사는 다 지었다"

꽃피는 4월에 갑자기 눈이 내리고, 기온과 일조량까지 뚝 떨어지면서 과수와 시설재배 농민 등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농가는 배와 참외,오이 등 과수와 채소류가 냉해를 입고 있어 인건비 조차 건지지 못할 것이라며 발을 구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급등하는 가격 때문에 과일과 채소류에 손도 대지 못하는 형국이다.


전라남도 나주에서 1만 2000평 규모의 배 농장을 소유한 권순철 자연 농업 영농법인 대표는 28일 "예년 같으면 나주지역의 배 수정시기는 다 끝났어야 하는데, 냉해에 일조량 부족까지 곁치면서 여전히 배꽃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걱정했다.

권대표는 "강풍에 진눈깨비까지 내리는 등 20여년만에 4월 강설(降雪) 등 기현상이 나타났다"면서 "절반가량이 핀 배꽃에 진눈깨비가 쌓여 꽃이 얼어붙는 등 냉해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넘게 배 농사를 짓고 있지만 4월에 눈발이 내리기는 처음인데 배 꽃 암술이 서리로 얼어붙은 탓에 수정이 될 리 만무하다"면서 "앞으로 일주일 더 이런 이상기온이 지속되면 피해가 어느 정도 일지 예상하기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냉해를 입으면 암술 씨방이 얼어 까맣게 썩어 수정이 힘들고, 열매를 맺어도 발육부진이나 기형과(果)가 되기 쉽다고 한다. 9월말 출하시기에 배를 수확을 해도 소위 제값을 받는 '상품'의 배가 나올 수 없어 인건비도 제대로 건지지 못한다고 권 대표는 덧붙였다.


나주ㆍ 영암지역은 전국 배 재배면적의 20% 가량인 3100ha를 재배, 연간 7만5000여t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전국 배값은 지 지역 작황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하시기인 9월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지만, 제수용에 들어갈 배 값이 크게 뛸 가능성이 높아 추석물가도 덩달아 들썩일 전망이다.


당장 지금 출하돼야할 과수와 채소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충청도 천안시 병천면에서 오이시설재배를 하고 있는 김난근씨는 "이상기온으로 오이수확이 지난해에 비해 40~50% 감소했다"면서 "일조량 부족으로 오이나무가 안자라고 뿌리가 깊게 내리지 못해 가지 당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수확량이 감소해 지난해 1박스(100개) 당 출하가격이 1만원이었지만 지금은 3만원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그러나 이상저온으로 생산량은 진나 해 하루 1만 박스에서 올해는 5000박스를 채우기도 힘들다고 한다. 첫 출하시점도 10~15일 늦어 값을 올려도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성주 참외도 상황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일조량 부족으로 정상적으로 생육이 되지 않아 참외 크기가 작고, 특히 물 찬 참외가 생기고 있다. 배추와 양파 등 채소 주산지인 해남과 유성배 특산지인 대전 등지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대전 일대 등 과일 주산지에서는 냉해로 꽃이 맺히지 않아 여름 과일을 출하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이상기온 현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40년만의 최악'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상저온과 잦은 비, 이에 따른 일조량 부족은 5월 초순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농작물 피해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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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정부도 일조량 부족을 사상 처음으로 '농업재해'의 원인으로 인정하고 보상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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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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