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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침몰]실종된 장병들은 훈련에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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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군 당국은 침몰한 천안함의 13가지 의혹에 대한 해명자료를 지난 1일 배포했다.

13가지 의혹에 대한 해명에는 천안함에 탔던 장병들이 평소 비상 대피 훈련을 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도 담았다. 국방부는 이날 해명자료에서 "장병에 대한 수영훈련은 기초군사교육단에서 병사는 4주 교육기간 중 2일간(16시간), 부사관은 8주 교육기간 중 4일간(1주) 실시하고 있다"며 "훈련 내용으로는 구명의를 착용한 상태에서 생존법, 함정 이탈(비상이함) 절차 등을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실종된 장병들은 과연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아 사고를 당했을까. 기자가 체험한 해군장병들은 해상에서도, 육지에서도 훈련의 강행군이었다. 이들은 전시나 다름없는 급박한 상황에 속수무책을 당한 것이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해 당했다는 일부 여론은 해군의 가슴에 또 한번 못을 박는 것이다.

기자가 당시 훈련받았던 체험기를 다시 게재한다. 이는 실종된 장병들이 훈련에 소홀했다고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지난해 3월 27일 벚꽃이 어우러진 진해 군항제가 한참인 가운데 작전사 전비전대 소화방수훈련장을 찾았다. 마침 이곳에는 한달여간 임무수행을 마치고 온 해상지원함인 천지함(함장 임준호 대령ㆍ해사 40기) 장병들이 훈련을 받고 있었다.


조교들이 늘어선 소화훈련장. 기자는 군복 위에 공기호흡기와 실린더, 갑옷과 같은 소방복 등 10kg에 달하는 장비를 착용했다.

이날 맡은 직책는 1번 소화호스. 소화호스 맨 앞에서 노즐을 잡고 화재 현장안에 먼저 들어가 진화하는 임무였다. 1번 소화수가 조금이라도 망설이거나 진화가 늦을 경우 소화호스를 잡고 따라오는 대원들은 온몸에 화상을 입는 것은 물론 대열이 흐트러져 소화진화가 어렵게 된다.

소화훈련장 내부는 곧 경유로 불이 점화됐고 내부송풍기 시설을 가동하자 2~3분내 실내온도는 600도까지 올라갔다. 훈련장의 문이 열리고 조교의 "1조 진입! 1조 전진" 구령 속에 진입을 하려하자 검은 매연이 눈앞까지 덤벼들어 불을 끄겠다는 자신감은 이내 사라지고 옴짝달싹 못했다.

이렇게 검은 매연이 덤벼들때에는 노즐 부분을 상하로 흔들며 제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조교의 설명. 우선 시야를 확보해야만이 통로를 통해 불길을 잡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상하로 흔들며 "3보 전진" 구령에 맞춰 전진하자 열기가 온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고 발밑의 불길은 장화 속을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5보 또 전진. 아무리 진화를 하려해도 매연에 의해 시야가 가려져 불길을 찾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방안의 불을 끄고 바늘 찾기와 마찬가지였다. 상하로 호수를 움직이며 매연을 진압하기 시작한지 20여초가 지났을까? 공기호흡기 저 넘어 달아오르는 불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불길을 향해 소화호스의 방향을 돌리고 진압에 나섰다. 이날 화재는 유류 등으로 인한 화재인 B급 화재를 가상한 상황으로 실제 선상화재와 별다를 바 없었다.

진압이 어느 정도 끝나고 노즐폐쇄 명령에 따라 자세를 낮추고 주위를 살폈다. 혹시 모를 잠재화재를 비롯한 인명피해 여부 확인 후 상황이 종료됐다.

호스를 잡고 뒤로 후퇴하며 훈련장 밖으로 나오자 이내 온몸은 땀범벅이 됐고 소화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의 압력을 이겨내려 힘을 준 상태에서 상하로 흔들어 두 팔은 금세 저려왔다.

이를 본 조교는 "진압 시간지연, 행동지침사항 미숙, 4회 반복훈련"을 명령한다.

숨소리가 거칠어지자 조교는 기자의 공기호흡기 공기를 체크했다. 훈련은 물론 실제상황에도 양압식 공기호흡기 체크는 필수. 화재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암모니아, 아황산가스 등의 각종 가스 위험에서 노출되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기 때문이다.

함정에서의 화재 때는 배관시스템에 바닷물을 공급하기 위해 소화펌프를 작동하며 평상시에 배관시스템은 화장실, 살수장치, 엔진냉각수 등으로 사용된다.

또 천지함 등 함정의 경우 화재종류에 따라 진화과정이 다르므로 수력배합기, CO2소화기 등을 항시 배치하고 있다.

특히 적과의 교전시 화기의 명중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흔한 형태의 해상재난이기 때문에 함정에서의 소화는 공격적소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촉각을 다투는 화재진압으로 인해 함정 생존력은 물론 전투력에 큰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에 함정장병들은 연1회 육상 소화방수훈련장에서 실시하는 재박훈련외에도 매일 함정에서 소화방수훈련을 실시하며, 함정에서 전투력검열, 환기훈련, 취역훈련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작전사 전비전대 모의훈련대3팀 김윤국 관찰관(원사)은 "훈련장에서의 훈련은 곧 실제 함내 화재진압능력과 직결되며 정기적인 훈련으로 대체능력을 기르지 못할 경우 고가장비를 갖춘 함정도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오전내 소화훈련을 마치고 봄바람이 부는 방수훈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방수훈련은 순항미사일(ASCM), 수중미사일 등 타격으로 함정이 손상되었을 경우 강한압력에 의해 뿜어져 나오는 수압을 막는 훈련이다. 구멍이 난 함정 선체는 빠른 시간내에 수리하지 않을 경우 침수, 2차적 폭발, 선체 손상이나 좌초 등 피해를 가지고 올 수 있다.

이날 실시한 훈련은 각종 파이프 손상에 대한 수리훈련과 함내 파공, 균열 손상에 대한 방수훈련으로 나눠졌다.

파이프 손상에 따른 수리방법은 파열이냐 균열이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날 기자에게 주어진 훈련방법은 연성패칭. 파공된 부위를 사다리꼴 모양의 고무판과 줄을 이용해 막는 것이다. 훈련개시 관찰관의 호루라기와 함께 밸브가 열리게 되고 파열된 파이프 안에서는 압력에 의한 물이 거세게 뿜어져 나온다. 주어진 시간은 9분. 이 시간내에 임무완수를 해야하며 완료시간을 종합해 함정들의 연말성적에 반영된다고 한다.



다가간 파이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은 손으로 막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고무판을 대자마자 튕겨져 나온다. 어쩔 수 없이 온몸으로 막아낸 후 고무판을 파이프에 감쌌다. 그 후 2인1조가 된 방수조는 한명이 고정한 사이, 줄로 고무판을 200회가량 둘러맸다.  

자리로 돌아온 후 조교가 잠갔던 밸브를 다시열고 힘찬 압력으로 물을 뿜어내는 순간 물이 새는 파이프가 한두군데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교는 일일이 검사한 후에 합격과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합격점을 받은 천지함 장병들은 한숨을 내쉬고 옆 방수훈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병들 모두 꽃샘추위에 바닷바람이 더해 온몸은 금세 꽁꽁 얼어붙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있었다.

이번에 받을 훈련은 방수훈련으로 적의 공격 등으로 인해 손상을 입은 함내 파손구멍을 막는 것이다. 어둑한 함정 모형물 안에 각자 정해진 파손부위를 정해주고 주갑판에서 각종 수리기구, 지주 등 보수장비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다시 2갑판으로 내려온 장병들은 "전투배치"라는 구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각자 전투배치 위치로 일제히 달려갔다. 하지만 조교의 눈매는 매서웠고 40초내 보수장비 앞으로 이동을 못할 시에는 훈련을 재차 반복했다. 그만큼 훈련이 중요하고 긴장감을 조성하려는 것이었다.

기자와 함께 조를 이룬 장병들과 부사관이 해야 할 수리법은 직접지주법. 배 바닥부분 구멍에서 물이 올라오는 것을 매트와 지주 등을 이용해 막는 방법이다. 매트와 해머 등 장비를 꾸려 내려가는 사이 어느새 물은 바닥을 뚫고 1m높이로 올라오는 상황. 매트를 가져다 막아도 압력에 의해 이리저리 뒤틀려 고정할 수가 없었다.

기자와 한조가 된 부사관과 장병들이 빠르게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3분정도가 경과하자 물은 무릎위에서 허리위로 올라왔고 물이 차면서 시야가 어두워져 잘 되지 않자 마음만 조급해져갔다. 정전사고 등을 대비해 실제상황에서도 플래시 하나에 의존해 한조가 일사천리로 움직여야 한다. 조치가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함정은 물론 저체온증으로 인해 병사까지 위험해지는 상황. 이윽고 지주가 세워지고 매트가 고정돼 한숨을 쉬는 순간 물은 어깨까지 넘보고 있었다.

천지함 문장열 상사는 "방수훈련은 간부와 장병 계급 구분 없이 얼마나 호흡을 잘 이루어 빠른 시간내에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재박훈련의 경우 장병들에게는 실전과 같은 특별한 훈련이기 때문에 간부들이 먼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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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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