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 처음 도착했을 때 묵었던 숙소는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8층 건물의 게스트 하우스였다. 무거운 짐을 질질 끌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건물로 들어갔는데 무엇인지 모를 구조물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흑백영화에서나 봤을법한 철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낡은 구조물이었다. "이게 설마 엘리베이터?"
잠시 동안 멍하니 서 있었더니 옆에 있건 바왑(건물 관리인)이 빨간 버튼을 누르더니 기다리란다. 잠시 후 나무상자같이 생긴 물체가 와이어 두 줄에 의지해 내려온다.
이날 난 처음으로 나무로 만든 엘리베이터를 타봤다. 나무로 만든 엘리베이터는 상상이상으로 조잡하다. 먼저 철문을 열고 장롱문처럼 생긴 문을 한 번 더 연 후 안으로 들어가 철문을 닫고 나무문을 닫으면 엘리베이터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만약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고 있을 때 문을 열면 자동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춘다. 생긴 모습에 비해서는 나름 안전장치도 돼있는 셈이랄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집트의 모든 엘리베이터가 이같이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건물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처음 보았던 그것보다 더 위험해 보인다.
밖에서 보면 일단 엘리베이터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한국의 엘리베이터와 다른 점이라면 문을 사람이 직접 열어야 한다는 정도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탑승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의 엘리베이터에는 어디나 부착돼 있는 이 마크를 기억하는가? 이곳 이집트에서는 저런 마크 따위는 필요 없다. 저런 경고문이 없어도 아무도 기대지 않을 테니까.
문화적 충격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이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왜 이런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걸까? 그렇다고 한국에 있는 엘리베이터처럼 내부에서도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는 이곳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의 안전 불감증은 지하철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카이로 시내의 지하철 정류장은 열차가 들어와 문이 열리는 순간 아수라장이 된다. 내리려는 사람들과 타려는 사람들이 서로 엉키고 부딪히고 여기저기서 고성이 오고간다. 처음엔 단순히 이집트 사람들의 성격이 급하고 질서가 없어서 그러는 줄 알았다. 물론 그런 이유도 존재한다.
하지만 좀더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으니..이집트의 지하철 운전자는 승객의 승차, 하차 여부와 관계없이 문을 닫아버린다. 아니, 승객들의 승·하차가 끝났는지 알지 못한 채 문을 닫는다. 열차의 운전석을 포함한 어느 곳에도 후방을 볼 수 있는 카메라나 거울이 존재하지 않는 탓이다. 실제로 지하철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가방끈이 문 사이에 걸려 끌려가는 사람이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탈출하는가 하면 갑자기 닫힌 문 때문에 일행과 떨어져 다음 열차를 기다리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택시는 또 어떠한가. 다행스럽게도 요즘에는 정부차원에서 노후한 택시를 교체하는 사업을 단행하고 있지만 거리에는 여전히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것 같은 택시들이 버젓이 운행 중이다.
단순히 차를 오래 탄다는 관점에서는 본받을 만한 일인지 모르겠으나 주행 중에 차 밑바닥이 떨어져 나가 불꽃을 튀기는 장면을 볼 때면 이건 좀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더욱 신기한 점은 이러한 위험 속에 사는 현지인들은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는데 있다. 한국인들에 비해 낙천적인 성격 때문일까? 아니면 체념한 것일까?
글= 이인희
정리= 박종서 기자 js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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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희씨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 통번역학과에 다니던 중 학습량을 늘리고 싶어 무작정 이집트 유학길에 올랐다. 하면 할수록 재밌고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이인희씨는 향후 중동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카이로 대학교 어학연수원에서 열공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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