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피플&뉴앵글] '파란만장' 파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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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는 유럽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 나라로 여행 다니기가 편리하다. 저가 항공도 많고 심지어 기차나 버스로도 다른 나라로 이동이 가능하다보니 학기중에 가방 하나만 들고 여행 다녀오는 친구들도 많다.

몇년전 크리스마스 휴가(폴란드는 가톨릭 국가라서 크리스마스 전후로 2주간 휴가를 가진다)때 파리와 런던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파리는 두번째 방문인데다 친구 집에 머물수 있어 '혼자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별 걱정 없이 비행기에 올랐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행기 출국날 멀쩡하던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알고 보니 그때쯤 동유럽과 북유럽에 폭설주의보가 내렸단다)

공항에 도착해보니 거의 모든 항공편이 결항되거나 연착되고 있었다. 저가 항공사인 내 항공편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녁 8시 출발에서 9시, 그리고 또 한 시간 연착돼 결국 10시에 파리로 향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밤 12시30쯤 파리 공항에 도착하면 시내엔 거의 새벽 1시나 2시가 돼야 도착 가능한 것이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 시간에 지하철이 있을리 만무하고 택시를 타는 것도 돈도 돈이지만 무섭기도 했다.


거의 울먹울먹 거리며 혹시 한국인이 없을까 동양인이면 'where are you from'부터 물어봤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자포자기 상태로 파리 공항에 내려 수하물을 찾고 우선 시내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참고로 말하면 저가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시내 외곽의 작은 공항을 쓰는데 내가 이용한 공항도 예외가 아니었다. 공항에서 밤새볼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럴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 공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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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때, 버스에서 짐을 풀고 자리에 앉았는데 우연히 옆 자리에 앉은 프랑스 사람과 말을 트게 됐다. 내가 폴란드에서 왔다고 하자 반갑게 인사하며 자기는 폴란드 북부에서 자원봉사 중이라며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 보내러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자기 소개가 끝나자 할말이 없어 시내에서 내리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어봤다.


"파리 시내에서 내려서 어떻게 할 꺼야? 거의 새벽 2시쯤 될 텐데. 그때쯤엔 지하철 없지 않아?"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파리 친구 집에 가야 하는데 택시 타기엔 너무 비싸고"


정말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그럼 혹시 나도 너 친구 집에 같이 가도 돼? 택시비도 나눠낼 수 있지 않을까?"


궁지에 몰리니깐 부끄럼이고 뭐고 우선 살고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난 내 사정을 구구절절 말하고 마지막에 'please'를 붙이며 간절히 쳐다봤다.


프랑스 여자애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만 잠깐만 기다려 보라며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다.


"친구가 괜찮데. 근데 내일 나랑 새벽 6시에 나올 수 있겠어? 고향 가는 기차가 그쯤이거든"


'새벽 6시가 무슨 상관이랴' 알겠다고 고맙다고 말하며 둘이 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프랑스 여자애 친구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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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로 30분쯤 갔을까? 그 친구 집은 우리나라로 치면 오피스텔과 같은 형태의 집이었다. 키가 크고 마른 프랑스인 친구는 낯선 동양인인 나를 환하게 맞이해 주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통성명만 하고 서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 날 나는 거실에 있는 큰 침대에서 프랑스인 친구가 마련해준 침낭을 덮어쓰고 잠들었다.


다음 날 정확히 새벽 6시에 세수만 하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프랑스인 친구 집을 나와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그럼 파리 여행 잘하고, 언젠간 폴란드에서 보자”
나는 원래의 예정지인 내 친구 집으로 향했고 그 친구는 고향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갔다. 지하철을 타면서 곰곰이 지난 밤을 생각해 보니 정말 이런 경험 다시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나 당황한 나는 그 프랑스 친구들의 이름을 모두 잊어버리고 말았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마치고 폴란드로 돌아와 친구들끼리 여행 때 있었던 재미난 일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단연 나의 파리 여행이 돋보였다. 첫날 낯선 프랑스인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엔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하던 중엔 소매치기를 당할 뻔 했다. 다행이 뒤에 있던 친구가 발견해서 막긴 했지만 가방의 지퍼까지 여는 대담함에 간담이 서늘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의 파리는 정말 아름다웠다. 콩고드 광장부터 개선문까지 이어진 크리스마스 마켓과 화려한 조명들은 역시 '야경은 파리구나'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또 크리스마스날 몽마르트 언덕에 위치한 사크레쾨르 성당에서의 미사는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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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명주
정리= 박종서 기자 js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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